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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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된 집은 말이야, 우리가 설명할 때 했던 말을 고객이 기억 했다가 자신의 집에 찾아 온 손님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게 되지" P60


시카니시 도오루는 4학년이 되고 나서 취업 자리를 알아 봐야 했다. 처음부터 아무데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해나가고 싶었지만 그것은 불가능 했다. 그렇다고 빡빡한 조직 생활에 잘 융화 될 것 같지 않았다. 다만, 건축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면 모르는 시카니시가 존경하는 딱 한 사람 건축가 무라이 슌스케가 있었다. 1960년대 말 부터 1970년대 초까지 무라이 슌스케는 일본보다 미국에서 더 유명 했을지도 모른다. 1967년에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린 20세기 건축전에 일본인으로 유일하게 소개된 건축가 였다. 대학4학년 가을 막다른 골목에 몰린 시카니시는 거의 가능성 없는 그러나 가장 바라던 바에 발을 딛기로 했다. 무라이 설계사무소에 일하고 싶다는 편지와 졸업작품으로 준비한 휠체어 생활이 가능한 소형 주택 플랜도 동봉해 보냈다. 얼마 후 이구치 사무장에게 임시 채용이 결정되었다는 말을 듣게 되었는데, 그때가 무라이 선생님이 이미 칠십대 중반에 들어서 있었을 때였다. 무라이 설계사무소는 선생님과 경리 담당 포함해서 열세명의 멤버로 이루어져 있다. 개인 건축가가 주재하는 설계사무소 치고는 작지 않은 규모지만, 일본 건축사에 이름을 올린 설계사무소 치고는 작다고 할 수 있다. 학교 수업 가야 하는 날을 빼고 월, 수, 토 사흘 아침부터 사무소에 나가기로 했고, 설계실 제일 구석 책상에 배정되어 잡일부터 하게 되었다. 매년 7월말부터 9월중순까지 기타아오야마 사무소는 반쯤 개점휴업 상태가 되는데 이는 아오쿠리 마을에 있는 "여름 별장"으로 사무소 기능이 옮겨가기 때문이다. "여름 별장"은 작은 분교처럼 보이고, 가운뎃 마당 중앙에 계수나무가 있고, 목조 차고가 있으며, 히말라야 삼나무가 솟아 있다. 현관을 열면 넓은 거실이 보이고 계단을 올라가면 2층 설계실과 거실 중앙에는 결이 고운 단풍나무 상판 장방형 테이블 그리고 거실 동쪽은 부엌과 가사실, 세탁실, 식량고 등이 있으며, 양사이드 복도에는 사무소에서 시험용으로 만든 테이블, 의자, 소파등이 놓여 있어 직원들이 책을 읽거나 낮잠 자거나 잡담하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가을 바람이 불면 난로에 쓸 장작을 일찌감치 추가해서 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분량을 벽에 쌓아 놓는데 그때가 "여름 별장"이 어떤 산장보다 아름답고 정연해 보였다. 입사하고 얼마 후 국립현대도서관 설계 경합에 정식으로 참가하게 되어, "여름 별장"으로 사무소를 옮기고 나서 조금씩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선생님의 조카 마리코에게 뜻밖의 말을 듣게 되었다. 무라이 선생님이 시카니시와 마리코가 결혼했으면 한다는 말을 우치다에게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그 후 마리코와 관계가 시작되었고, 현대도서관 설계도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있던 중 무라이 슌스케 선생님이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나도 무라이 설계사무소 직원이 되고 싶었다. 1950년대 ~ 1970년대까지 무라이 설계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싶었다. 그때가 제일 활기찼던 시기라고 했으니깐 그리고 그 당시만 해도 높은 건물은 별로 없을 테고, 자연이 넘쳤을 테니깐 말이다. 발전이 덜 된 상태에서 "여름 별장"에 들어가 자연을 만끽하면서 일하고, 쉬고, 독서하거나, 산책하고, 무엇보다도 선생님과 직원들도 모두 좋은 사람이었으니깐 말이다. 건축에 대해 잘 모르다보니 모르는 용어들이 많이 나와있어 사실 읽는데 약간 흐름이 끊기기도 했다. 그러나 그 부분을 잘 덮어 주듯 주변 환경의 존재가 강했다. 서로를 따뜻하게 부둥켜 안으며 웃음과 슬픔, 희망을 같이 했을 뿐만아니라 자연을 보석처럼 표현해서 좋았다.


"모든 유리창이 열리고 공기가 흐르기 시작하면, "여름 별장"이 천천히 호흡을 되찾기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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