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이번에도 오랜만에 김영하 작가의 책을 읽었다. 얇은 책이라서 부담도 없을 것 같아 집어 들었다.


[시간도둑]
세월히 흘러 나는 어른이 되었다. 이제는 시간이 귀하다. 사방에서 볼 것이 쏟아진다. 정신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맹렬히 내 시간을 노리는 것들 투성이다.


"전철 안에 의사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모두 귀에 청진기를 끼고 있었다/ 위장을 눌러보고 갈빗대를 두드려보고/ 눈동자를 들여다보던 옛 의술을 접고/ 가운을 입지 않은 젊은 의사들은/ 손가락 두 개로 스마트하게/ 전파 그물을 기우며/ 세상을 진찰 진단하고 있었다" p11
이런 세계에서 어떻게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지킬 것인가


[진짜 부자는 소유하지 않는다]
부자들은 이제 빈자들의 마지막 위안까지 탐내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겐 선택의 여지 없이 닥치고 받아들여야 하는 상태가 누군가에게는 선택 가능한 쿨한 옵션일 뿐인 세계. 세상의 불평등은 이렇게 진화하고 있다. p31


[머리칸과 꼬리칸]
여자 꼬리칸 승객 : 여기가 꼬리칸이라고요? 그럴리가요. 여기가 딱 중간이예요. 생활이 만족스러운건 아니지만 그래도 먹고는 살고 있어요. 지금 이 판국에 자기가 먹고 싶은 대로 다 먹고 사는 사람이 어딨어요?
남자 꼬리칸 승객 : 여기가 기차 안이라는 걸 누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죠? 우린 그냥 어떤 감옥에 갇혀 있는 거예요.
소년. 머리칸 알바 : 꼬리칸 출신이예요. 레스토랑 주방에서 접시를 닦아요. 요리사 하나가 죽어나가기 전에는 그 자리를 꿰차기 어려울 것 같아요.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해요. 주방 한구석에서 웅크리고 자지만 꼬리칸 보다는 나아요. 꼬리칸은 위험해요. 서로가 서로를 등쳐먹고 사는 데니까요.
남자 머리칸 교수 : 이 시스템에는 문제가 있어요. 언젠가는 붕괴될 겁니다. 불평등 때문이죠. 폭동이 빈발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남자 때로 머리칸 때로 꼬리칸 승객 상인 : 꼬리칸에서 가지고 있는 CD나 DVD, 손목시계, 헌책 등 이것을 머리칸 사람들에게 팔죠. 머리칸 사람들은 이런 물건에 사족을 못 쓰죠. 빈티지 잖아요? 이런 환경일수록 추억이 사치품이예요. 정치인들은 기차의 파멸을 막고 있는 게 자기들이라고 생각하죠. 천만의 말씀. 장사꾼들 덕분에 폭력없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자발적으로 나누게 되는 거죠. 평화? 그건 장사꾼이 만드는 거예요.


우리의 내면은 언제 틈입해 들어왔는지 모를 타자의 욕망들로 어지럽다. 그래서 늘 흥미롭다. 인간이라는 이 작은 지옥은 P90


[진심은 진심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놀라운 일을 겪은 뒤에 그 놀라운 일을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마르코 폴로는 아랍세계와 중구등지를 다녀와 "동방견문록"을 구슬 했지만 수록된 모든 얘기가 다 진실이라고 주장했음에도 오래도록 의심 받는 반면, 호메로스 "오디세이아"의 이야기는 움직일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인 것 처럼 보인다. 호메로스는 이야기의 구조를 중층적으로 배치해 여러 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굉장한 설득력을 덤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겪은 일을 '진심'을 담아 전하기만 하면 상대에게 전달 되리라는 믿음 속에서 살아간다. 호메로스는 이미 이천팔백여 년 전에 그런 믿음이 얼마나 헛된 것인가를 알고 있었다. P115


많은 사람이 뭔가를 '본다'고 믿지만 우리가 봤다고 믿는 그 무언가는 홍수에 떠내려오는 장롱 문짝처럼 빠르게 흘러가버리고 우리 정신에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책상 앞에 앉아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의 가장 훌륭한 도구는 그 생각을 적는 것이다. P209


작가가 그동안 본 것들을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적어 나간 산문집이다. 영화와 책 그리고 작가의 경험, 지인들의 이야기등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읽으면서 재미있는 것은 영화 스토리를 현재 사회를 꿰뚫어보고 패턴을 바꿔 쓴 글이었다. 그리고 재미난 에피소드도 들려준다. 영화 "집으로" 에피소드 인데... 추석에 집으로 난데없이 호두 한 상자가 명절 선물로 날아왔다는 것이다. 영화사 쪽 지인 말로는 영화를 찍는데 촬영 중인 할머니가 자꾸만 호두를 따러 가야 한다며 촬영에 협조를 안해서 할 수 없이 영화 스태프들이 모두 호두를 따드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시 할머니가 그 호두를 조합에 넘기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해서 영화사에서 전부 사 버렸다는 얘기였다.


작가의 생각에 공감도 되고, 어떤 글은 내 자신이 설득되고 있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또 어떤 글은 작가의 생각에 비판을 하고 싶은 글도 있었다.


그중에서 제일 짜증났던 글이 [패스트 패션 시대의 책]에서 작가는 책값이 너무 싸다고 말하고 있다. 종잇값도 오르고, 인건비도 오르는 판에 책은 왜 더 싸지는 거냐고? 책값이 너무 비싸다는 사람들이 다수라 더 싸게 팔라고 아우성 친다고 말하고 있다고. 근데 나는 이런말을 해주고 싶다. "함부로 씨불리지 말고 닥치라고" 인건비가 오른다고? 무신 얼어죽을 인건비는 계속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내려가고 있다. 또한 작가가 독자의 마음에 들게 글을 썼다면 독자는 그 책이 비싸다고 말을 할지라도 그 작가의 글을 읽기 위해 비싸더라도 산다는 것이다. 독자들도 돈 걱정 없이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사고 싶을 것이다. 많은 책을 접해보고 싶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어이없는것은 책이 더 이상 필수품이 아니게 되면 부유한 소수만이 책을 살 것이라고..그때는 책값이 비싸도 아우성 치는 사람이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착각하는 것이다. 오히려 작가의 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또한 작가 마음대로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그 부유한 소수들의 마음에 들게 할려고 자신의 책을 사게 하기 위해 그 사람들에게 맞는 글만 써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솔직히 작가가 돈에 눈 먼 사람처럼 보였다. 글을 쓰고 싶어서 쓰는 사람이 아닌 듯 싶었다. 그의 책을 읽어 줄 독자가 없다면 그는 작가 생활을 할 수 없다. 그의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은 읽어 주고, 보는 독자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글도, 저런 글도 있고 해서 나한테는 중간쯤 하는 책이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작가가 글은 잘 쓴다는 것이다. 소재를 제대로 활용 할 줄 알고,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을 잘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