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소도중
미야기 아야코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나쁘다고 생각을 안한다. 그냥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이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든 상관을 안한다. 술집에서 일한다고 모두 성격이 안좋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활달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이 있고, 성격도 좋은 사람들이 많다. 반면,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손가락질 하면서 안좋게 보는 사람들이 오히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그들이 더러워 보인다. 겉은 깨끗해 보이지만, 그 안은 온통 구정물로 덮여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뒤로 엄청 더럽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도 많이 준다. 그들이 술집에서 일한다고 돈을 쉽게 번다고 하지만, 솔직히 쉽게 버는 돈이 어디있나? 싶다. 뭐든지 어떤 일이든 돈 버는 일은 다 힘들다. 쉬운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일본 에도시대 최대 사창가 였던 에도의 요시와라에 있는 유곽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사기리 여자 이야기 - 아사기리는 몸이 뜨거워지면 복숭아꽃 같은 옅은 반점이 온몸에 피어난다. 그래서 남자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다. 추운 계절 아사기리가 키우고 있는 어린 동생 야쓰가 하치만의 축제를 보러가자고 졸라 대서 어쩔 수 없이 끌려 밖으로 나가게 된다. 축제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워낙 많아 잡고 있던 야쓰의 손을 놓치는 일이 발생하고, 더불어 자신이 이뻐하면서 아끼던 조리 한 짝을 잃어버리게 된다. 결국 아사기리는 골목 구석에 앉아 웅크리고 있는데 누군가 자신을 번쩍 올려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사기리 몸이 사람들이 별로 없는 곳에 내려지자 남자는 아사기리에게 괜찮냐고 물어 온다. 아사기리는 자신이 소중히 아끼던 푸른 모란꽃이 그려진 이쁜 조리 한 짝을 잃어 버렸다고 말한다. 그 남자는 그녀의 말을 듣고 조리 한 짝을 찾아 가지고 와서는 자신이 만든 것이라면서 아사기리에게 신겨준다. 그 당시 유곽 여자들은 정부를 두면 안되었다. 정부를 두는 것은 위험했다. 그런 것을 알고 있는 아사기리가 그 남자에게 빠져들고 만다.


아사기리를 길러 낸 기리사토 여자의 이야기 - 기리사토에게는 남동생이 있다. 워낙 이쁘장하게 생겨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기리사토 또한 이뻐서 유곽에서 인기가 많다. 그녀는 왜 이곳으로 오게 된걸까? 남매는 어렸을 때 부모로 부터 버림을 받았다. 어머니는 자살하고, 아버지는 자신의 딸을 강간 했다. 그런 아버지를 말리려다가 남동생은 아버지가 휘두르는 칼에 의해 얼굴에 상처가 났다. 아버지는 눈발을 밟으면서 사라졌고, 남은 남매는 인신매매범에게 각자 팔려갈 뻔 했으나, 누나인 기리사토가 자신이 동생 몫까지 벌겠다면서 남동생만은 남창에 팔지 말아 달라고 애원을 해 결국 남동생은 이모집에 양자로 들어가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기리사토는 유곽에서 인기가 좋은 여자 순위에 올라가게 된다. 기리사토는 자신과 동생이 이제 나름 행복하게 살다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건들지 말아야 하는 손님을 가로채는 바람에 교토에서 에도로 쫒겨 나게 된다. 거기서 그녀는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또 다시 아버지에게 범해진다.


아사기리 밑에서 배운 여자 야쓰의 이야기 - 야쓰는 어렸을 때 언니를 잃었다. 누군가에 의해 납치 된 것이다. 언니를 그리워하면서 야쓰는 유곽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나마 같은 동네에서 친동생으로 챙겼던 미쓰와 같이 지내면서 일을 하게 되었고, 그녀 밑으로 어린 아카네가 들어온다. 그렇게 한결 같은 마음으로 유곽 생활을 하고 있던 야쓰에게 마음의 변화가 찾아온다. 항상 머리를 다듬어 주었던 야키치가 나이가 들어 더이상 못하자 그의 제자가 온 것이다. 야쓰는 아사기리 언니 처럼 되지 않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그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다 야쓰는 항상 그리워했던 언니를 만나게 된다. 언니도 자신과 같은 일을 하고 있었고, 언니는 사랑하는 사람하고 그곳을 도망칠거라고 동생에게 말을 건넨다. 야쓰는 그런 언니를 말릴 수가 없어, 대신 언니에게 "죽지마"라는 말만 남긴다. 야쓰는 야키치 제자와 도망칠 날짜와 장소를 잡게 된다. 그러다 워낙 몸이 약했던 미쓰가 쓰러지고, 미쓰는 야쓰에게 자신이 그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 놓게 된다. 야쓰는 그 말을 듣고 충격을 받게 된다.


유곽에서 일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털어내고 있다. 밑에서 가르친 동생으로 부터 기억으로 기억으로 남아 더듬으면서 떠올리는 그녀들의 이야기들... 그리고 그녀들을 기억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세 사람의 이야기만 짤막하게 적어 놓았지만, 사실 책 안에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집이 가난해서 팔려 온 여자, 부모에게 버림 받아 팔려 온 여자... 각자 흘러온 시간은 틀리지만 팔려온 사연은 비슷하다. 일을 하면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게 되지만, 정부가 금지 되어 있어 그것을 어길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느냐에 따라 목숨이 달려 있다. 그리고 죽어도 편히 죽지 못한다. 하수구에 버려지는 것이 다반사다. 어쩌다 관에 실려 절에 묻히게 되면 다행이었던 그녀들의 인생. 가난으로 부터, 부모로 부터, 사랑했던 사람으로 부터 짓밟힌 그녀들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니 공허한 것이 들어와 내 마음에 앉아 버렸다. 채울 수 없는 까만 적막감이 퍼졌다. 그래도 나는 이 소설에 대해 아름다운 작품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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