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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묻힌 거인 - 가즈오 이시구로 장편소설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하윤숙 옮김 / 시공사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의 이름도 잘 모르는데, 줄거리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펼치게 되었다. 노부부가 나오는데 그들이 사는 곳은 이리저리 뻗은 토끼굴 같은 곳이고, 안개가 찾아오는 날은 자신의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갑자기 자신이 무슨 말을 할려고 했는지, 무슨 행동을 할려고 했는지, 그리고 과거의 기억도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고 나는 노인이 나이를 많이 먹어서 정신적으로 쇠약 해진 상태에서 그가 떠올리는 상상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줄 알았다.
60명 남짓한 마을 사람들로 이루어진 토끼 굴 주택에 노부부 액슬과 비어트리스가 살고 있다. 액슬은 잠이 도무지 오지않아 쌀쌀한 새벽에 홀로 밖으로 나가 첫 새소리가 들려 올 때까지 자기 생각에 빠져든다. 그렇게 액슬은 그의 머릿속에 지워져 있었던 많은 일들을 기억해 낼 수 있었고, 너무 오랫동안 미루어 왔던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된다. 액슬은 아내 비어트리스에게 아들을 만나러 우리가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말하게 된다. 노부부는 준비가 끝나는대로 토끼 굴 마을을 나서게 된다. 길을 걷고 있던 노부부는 폭우를 만나게 되어 폐가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뱃사공과 노파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노부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노파는 어떤 섬에 남편과 같이 건너갈려고 했으나 뱃사공이 우선 남편부터 그 섬에 데려다주고 나서 다시 노파를 데리러 온다고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뱃사공은 노파를 그 섬에 데리고 가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노파는 남편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뱃사공은 그 노파가 갈려는 섬은 보통섬이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을 태워다 주어 수백명이 그 섬에 살고 있지만, 거기 들어간 사람은 절대로 다른 영혼을 보지 못한 채 홀로 섬을 거닐 뿐이라는 것이다. 뱃사공은 노파와 남편을 보자 그 둘이 그 섬에 도착해도 함께 있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고 고독을 좋아하지 않는 노파를 놔두고 남편만 데리고 갔다는 것이다. 다만, 가끔 그 섬에 두 부부가 같이 갈 수 있도록 허용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부부 사이에 대단히 강한 사랑의 유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 나눈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당신과 당신 남편은 서로를 향한 사랑을 어떻게 증명해 보일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들은 비어트리스는 얼른 폐가에서 멀어지고 싶은 마음에 폭우가 아직까지 내리는데도 액슬과 폐가를 나온다. 하룻밤을 묵기 위해 비어트리스가 자주 가던 색슨족 마을을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마을 분위기가 평상시 하고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고, 노부부는 주의 하면서 색슨족 마을에 들어가게 된다. 노부부는 마을 사람들이 공포에 질러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색슨족 여자의 말에 따르면 낮에 강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사람들을 도깨비가 나타나 공격을 했고, 한 사람은 죽고, 어린 소년은 잡아 갔다는 것이다. 마침, 소택지에서 온 전사가 자신의 마을에 머물고 있어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것이다. 전사는 흔쾌히 수락하고 도깨비를 처치하고 소년을 구해서 마을로 데리고 오게 된다. 하지만, 소년은 이미 도깨비한테 물려서 마을 사람들이 그 소년을 죽이라고 화를 내어 이장이 전사한테 소년을 데리고 떠나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전사는 소년을 데리고 떠날 수가 없어 브리튼족 마을에서 온 노부부 액슬과 비어트리스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노부부는 소년을 도와주기로 하고 넷 명이 색슨족 마을을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수도원에 도착한 이들은 수도사 조너스로 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내 비어트리스는 자신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말을 듣고, 기뻐하게 되지만, 액슬은 왠지 모르게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 둘은 여행 끝으로 다시 뱃사공을 만나게 된다.
이 소설은 그냥 판타지였다. 내가 짧게나마 착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착각을 벗어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워낙~ 이 소설이 자장가로 들려왔기 때문이다. 1부를 벗어나기까지 힘들었다. 그러다 1부 거의 막판에 가자 자장가로 들려왔던 것들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눈이 확 떠졌다. 그로부터 2부까지는 아주 잘 갔다. 그러나 다시 3부에서 왜이리 오락가락 하는거지? 도대체 스토리가 앞으로 제대로 나아가지 않네 하는 생각을 하면서 4부에 접어 들었지만... 결국 책을 덮을 때까지 알게 된 것은 비어트리스가 과거에 한 행동이 얼마나 액슬을 고통으로 몰고 갔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노부부에게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다시 찾느니 차라리 기억이 계속 사라지는 것이 나을 뻔 했다는 것이다. 액슬이 상처는 결국 아물기 마련이라고 말을 하지만, 내 생각은 틀리다. 마음의 상처는 영원히 아물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도, 죽어도 말이다. 그렇기에 소년과 색슨족의 기억이 돌아옴으로써 복수와 증오가 시작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