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 & 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3
미우라 시온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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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 어디서 들어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동안 낸 책을 살펴보니 역시 였다. 미우라 시온 저자의 "배를 엮다"를 읽은 적이 있고 마음에 들어 소장하고 있었던 책이라는 것을 기억해 낸 것이었다.


아라카와와 스미다가와 사이에 삼각주처럼 들어 앉은 스미다구 Y동네. 이 동네에는 두개의 하천을 잇는 크고 작은 운하가 미로 처럼 뻗어 있다. Y동네의 주민은 옛날 걸어다니는 것과 맞먹는 빈도로 작은 배를 타고 수로를 오갔다. 맑은 물이 혈액처럼 흘러가는 이 동네에 죽마고우 호리 겐지로(73세)와 아리타 구니마사(73세) 두 노인이 살고 있다.


1. 마사와 겐
겐지로와 구니마사는 한 동네에서 자란 죽마고우이다. 하지만 둘은 생활도 사고방식도 정반대라 해도 좋을 만큼 판이 했다. 구니마사는 대학을 나와 은행에 들어갔고, 근면이 최고라 믿고 열심히 일해 맞선에서 만난 여자하고 결혼해 딸 둘이 있는 반면, 겐지로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기 전에 쓰마미 세공 직인의 제자로 들어갔으며, 요란한 연애 끝에 결혼 했지만, 아내가 사십대에 세상을 떠났고, 자식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현재는 겐지로는 잘 풀리고 있었다. 제자 뎃페가 있고, 옛날 부터 요령이 좋고 사람들한테 인기가 있는 반면, 구니마사는 몇 년전에 아내와 딸들에게 버림 받았으며, 퇴직하고 나서도 오도가도 갈데 없는 쓸쓸한 노후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겐지로의 제자 뎃페가 누군가에게 실컷 두들겨 맞아 얼굴이 부은 모습을 본 겐지로와 구니마사는 자신들이 뎃페를 때린 녀석들을 타이르겠다면서 그 녀석들을 불러 내라고 시킨다. 그 결과 두 노인과 불량배의 난투가 시작된다.


"타이른다고요? 사부랑 아리타 씨가요? 두 분 합쳐서 백오십 살인데요?"
"백사십육 살이야." 구니마사와 겐지로가 입을 모아 말했다.


2. 죽마고우 무선
Y동네에 대형 태풍이 접근 하는 어느 날, 구니마사는 화장실이 가고 싶어진 새벽녘에 눈을 뜨게 된다. 이부자리 바로 옆에 물이 흥건한 것을 발견한 구니마사는 젖은 방바닥을 닦으려고 몸을 구부린 순간 '돌발성 요통'이라는 비극이 찾아오게 된다. 움직일수도 없고, 목소리도 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구니마사는 이렇게 끝나 버리는 건가하고 원통하고 아프고 무서워서 눈물을 찔끔 거린다.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니마사는 죽지 않았다.

 

"얼굴빛이 시체 같은데. 구급차를 부르는게 좋지 않냐?"
"시체라면 영구차를 불러야지"
"근본적인 부분에서 겐지로와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무선이 있으면 뭘 하냐, 혼선인걸"

"죽은 사람이 가는 곳은 사후 세계 같은 데가 아니라 가까운 사람의 기억 속이 아닐까." 죽고 나서도 가족과 벗의 마음속에 산다. 그렇다, 겐. 좋은 생각이야. 기억 속의 그네들과 더불어 가능한 한 오래오래 살자. 그러면 되는 거다. 언젠가 기억 속의 너한테서 지금부터 작은 배를 타고 데리러 간다, 하고 무선이 들어오면 좋겠다. 그래서 너와 내가 나란히 작은 배를 타고 누군가의, 이를테면 뎃페의 기억 속 수로를 흘러갈 수 있으면 좋겠다. P88~89


3. 코끼를 본 날
구니마사는 겐지로에게 전화를 걸어 보여줄게 있다면서 날이 어두워 지고 있는 시간에 지금 가도 되냐고 물어본다. 구니마사는 겐지로가 만들어준 간자시를 손녀 딸에게 선물을 보낸 적이 있는데, 그 답변으로 손녀 사진과 편지가 도착해 자랑하고 싶어 겐지로를 찾아간 것이었다. 손녀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뎃페의 어깨가 축 쳐지면서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아 구니마사가 물어본다. 뎃페의 나이는 20살이고, 현재 사랑하는 여자(마미)는 27살인데, 뎃페가 마미와 결혼하고 싶어 양가의 부모님을 찾아갔다가 반대는 물론 쓰마미 간자시는 푼돈도 안되어 보이는 업종이라는 말까지 듣고 왔다고 한다. 구니마사는 자네 아버지 말씀은 맞지만, 또 틀렸기도 하다고 말함과 동시에 뎃페에게 쓰마미 간자시를 직접 만들어 팔아 보라고 권유를 한다.


"죄송하대도요!.....그런데 저희, 그냥 직인이거든요!"
뎃페가 비명을 지르다시피 변명하며 구니마사와 겐지로를 가볍게 추월해 뛰어갔다.
"너 이놈, 사부를 놔두고 저만 살겠다고 도망가? 괘씸한 놈!"


4. 꽃도 폭풍우도
겐지로와 구니마사는 덴진사마 신사에 참배하러 가기로 한다. 서로 대화가 오가 던 중 구니마사는 그만 겐지로에게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해버렸다. 겐지로의 아내 하나에 이야기를 하고 만 것이다. 겐지로가 소중하게 여겼던, 오래 오래 살아주길 바랬던 죽은 하나에를 말이다. 구니마사는 약 오십년 전 어느 날, 겐지로가 하나에게 반했던 그 장면을 떠올린다.


5. 우리 시대 무책임남
구니마사는 큰딸내 집에가서 몇 년째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만나러 요코하마로 올라가고 있다. 딸의 집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지만, 딸과 아내는 구니마사를 반갑게 맞아 주지 않고, 쌀쌀 맞게 대한다. 구니마사가 어떻게든 아내와 얘기 할려고 무심코 손자 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아내의 노여움과 분노를 사게 된다. 아내는 옛날 일을 들춰 퍼붇기 시작한다. 요컨대 구니마사는 구제불능으로 눈치가 없는 데다 둔하고 배려심이 뭔지도 모르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아내는 예전부터 구니마사에게 힘들다고 호소를 했지만 구니마사는 계속 흘려 보냈고 그것이 쌓여서 구니마사와 아내 그리고 딸의 관계가 틀어지고 만 것이었다.


6. Y동네의 영원
어느 날 갑자기 뎃페가 구니마사에게 전화를 걸어 중매인이 되어 달라는 긴박한 요청이 들어온다. 중매인이라는게 부부가 같이 참여해야 하는데 현재 구니마사는 아내와 별거 중이라서 입장이 곤란한 상태였다. 하지만, 뎃페의 간곡한 부탁으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말해보지만, 단칼에 거절 당하고 만다. 결국 구니마사는 아내를 설득하기 위한 작전에 나서게 된다. 처음에는 전화를 하다가 매일 엽서를 보내 뎃페와 마미가 얼마나 좋은 젊은이들인지 그리고 그간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조금씩 적어 보내기 시작한다.


"매사 '건실'하게만 살 수가 있냐? 그런 거 어차피 불가능해. 도착점도 정답도 없으니깐 좋은 거잖아."


기나긴 세월이 흘러,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름을 또 이 녀석과 나란히, 나고 자란 동네에서 보내고 있다. 구니마사는 생각했다. 수없이 반복된 나날 끝에 얻은 것이 이거라면, 이렇게 살다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집집 뒤쪽을 수로가 졸졸거리며 흘러간다. 언젠가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저 너머로 데려갈, 그립고 정다운 물소리를 두 사람은 가만히 듣고 있었다.P48


이 책을 덮고나서 내뱉은 말이 "부럽다" 였다. 겐지로 같은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면 쓸쓸하고 외로운 삶을 보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산뜻했다. 신뢰, 우정, 사랑, 용서, 빵빵 터지는 재미, 따뜻함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겐지로가 있어 이 작품에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다양한 테마를 집어 넣어도 어울리는 캐릭터들이 이 작품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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