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세트를 샀다. 사실 세트가 나오기 전에 이미 "봄에 나는 없었다" 책을 사서 읽었었다. 그때도 이 소설 마음에 들었고, 지금 한 번 더 읽었는데 변함없이 마음에 드는 책이다. 조만간 또 한 번 더 읽을 생각이다. 이 소설은 크게 임팩트가 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왠지 읽으면 읽을 수록 빠져들 수 밖에 없게 만들어 놓았다. 작가의 필력이 좋은 건지 이 책에 나는 완전 스며들고 말았다. 계속 스며들고, 스며들어 조앤과 내 자신이 섞여 버린 느낌이었다.


몇 날 며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자신에 대해 뭘 알게 될까.. p 24 "전에 몰랐던 것을 알게 될까?"


조앤 스쿠다모어는 바그다드에서 런던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조앤은 터키 철도의 종착역인 텔 아부 하미드에 가기 위해 잠시 하룻밤을 기차역 숙소에서 보내고 있던 중 동창인 블란치를 만나게 된다. 조앤은 고등학교에 다닐 때 블란치를 숭배했다. 대담하고 재미있고 사랑스러웠던 블란치... 그러나 그런 그녀가 볼품없이 마르고 부산하고 너저분하며, 늙수그레한 여자로 변해 있었다. 블란치는 조앤에게 사막 여행은 계획대로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사막에서 발이 묶이면 네가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다음날 조앤은 텔 아부 하미드 역으로 가던 중 비가 쏟아져서 차가 땅에 박히는 과정을 계속 되풀이 해야 했고, 결국은 기차를 놓치게 된다. 할 수 없이 조앤은 기차역 숙소에 머무르게 된다. 숙소 건물 주변에는 철조망이 둘러싸인 낮은 건물과 멀리 북쪽 지평선 부근에 언덕들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일 뿐 그것들 말고 없었다. 기차역, 철로, 닭 몇마리, 많은 철조망, 인도인 매니저, 기묘한 분위기의 아랍인 두명, 그게 전부인 곳에 비로 인해 발이 묶여 버린 것이다. 예정된 날짜에 예정된 시간에 기차가 변경없이 온다는 매니저 말을 듣고, 조앤은 마음 편안하게 단조로운 삶 속에서 크케 환영할 휴식이라면서 산책을 즐겼다. 하지만, 비로 인해 기차는 오지 못했고, 조앤은 거기서 대엿새간을 보내게 된다. 가지고 있던 책도 다 읽었고, 편지지도 다 떨어지고, 뜨개질 거리도 없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도, 아무 것도 없는 사막 한 가운데 숙소에 남은 조앤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 밖에 없었다. 조앤은 행복했던 즐거웠던 생각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계속 자꾸 도마뱀 같이 수상하고 잡다한 생각들이 떠오르게 되었고, 결국 조앤은 그것을 억누르지 못한다.


가여운 조앤 스쿠다모어 ... 멍청이, 헛똑똑이, 가식 덩어리 조앤 스쿠다모어. p207


조앤은 제일 먼저 남편 로드니를 생각했다. 로드니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는 조앤에게 묘한 애원의 빛이 서려있는 눈동자로 사무실 생활이 싫다고 했었다. 농사를 짓고 싶다고, 조앤은 근근이 살아야 하고 돈 벌이가 안되고 힘들고 자식들 교육도 걱정이라서 단호하게 거절했다. 결국 로드니는 슬픔과 절망이 깃들어진 채 반쪽자리 인간 상태에서 살아야 했다. 하지만 조앤은 오히려 그 생각을 하면 아슬아슬 했으며, 자신이 판단을 잘 한 거라 생각했다. 조앤은 로드니에게 우리처럼 행복한 가정은 없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로드니는 정말로 그렇다고 생각하냐고 물었었다. 조앤은 계속 바버라, 블란치, 에이버릴, 토니, 셔스터 부인, 로드니 번갈아가면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생각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다. 징글징글 했다. 자식들은 조앤이 그 누구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었다. 조앤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은 모두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말이다.


당신은 외톨이고 앞으로도 그럴거야. 하지만 부디 당신이 그 사실을 모르길 바라. p261


조앤은 모든 것을 깨달았지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블란치는 볼품없이 변해 있었지만,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방향으로 마음 끌리는 대로 살아왔다. 반면 조앤은 감정을 절제 했고, 버거운 괴로운 일이 앞에 다치면 그것을 다른 방향으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상처로 없는 듯 덮어 버렸다.


조앤... 여자라면 조앤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라도 조앤처럼 했을 것이다. 오히려 도덕적이고 이기적으로 비치고 있는 조앤의 모습이 불쌍하기까지 했다. 피하고 싶었던 진실과 마주하는 그 기분을 내가 맞본다면 나는 과연 어떤 것을 알게 될까? 통제력을 가지고 감당을 할 수 있을까? 충분히 덮어 버렸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오싹할 만큼 생생하게 다가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사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그게 가장 쉬운 길이라고 해도, 또 그게 고통을 면하는 길일라 해도 그래선 안돼! 인생은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거란다. 그리고 자기 만족에 빠지면 안돼. 자기만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라. 또 책임을 받아 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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