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지음, 이장미 그림 / 한겨레출판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공지영 작가의 작품에 손을 된 것 같다. 무수히 쏟아지는 책들로 인해 공지영 작가가 작품을 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은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딸에게 전하는 메시지 글, 자신한테 되풀이 하듯 말하는 글, 좋듯 나쁘듯 과거를 추억하는 글이 적혀 있다. 그리고 자신이 읽었던 책 속의 문구, 어느 분하고 인터뷰한 이야기, 충고, 위로, 사랑, 원칙, 집착, 인생, 행복 등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고 거기에 맞는 간단한 레시피를 가르쳐주고 있다.

 

아, 이 말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이 생각을 한 나도 깜짝 놀랐으니까. 그런데 이 생각을 한 가장 큰 이유는 그러니까 ‘기억이 없다’는 거였어. 고통스러웠던 시간이 있었고 “그때 내가 많이 괴로워했다” 이건 사실이지. 그런데 이 기억은 있는데 그 고통이 실감이 나지 않는 거야. 얼마나 아팠다고, 정말 아팠어, 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 아픔이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 거였단다. p 201

 

p31~ p86

피해야 하는 사람, 멀리해야 하는 사람, 가까이 해서는 안되는 사람,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 절대 만나서는 안되는 사람을 구분해주고 있는데... 솔직히 그 사람들을 다 멀리하게 되면 덩그러니 나 혼자 남게 될 것이다. 물론 폭력, 욕설, 상대방을 흉보는 사람, 상대방의 존심을 깎아 내리는 사람은 당연히 멀리해야 하겠지만... 그 외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만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짝 반박을 했을 뿐 사실 그녀의 말들이 다 맞긴 맞다.

 

p89 "더러운 세상에는 '더럽다'고 해버려" <-문장이 확 꽂힌다.

 

p96 [너는 소중하니까. 얼마나 소중하냐 하면 네가 지금 당장 이슬람국가(IS)에 납치된다면 이 정부가 너를 구해 오기 위해 약 300억 원 이상의 돈을 지급할 수도 있을 만큼 소중하다. 너는 이미 알지? 이 정부가 너무나도 너를 사랑하고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해서 그럴 거라는 것을 말이야 이 별로 훌륭하지 않은 정부도 단지 너를 구하기 위해 그 많은 돈을 내야 할 만큼 너는 비싼 사람이다.]

문장을 읽고"정부"라는 단어가 우리나라 정부를 말하는 건가? 아니면 자신을 정부로 비유해서 말하는 건가? 아리송했다. 만약 첫 번째 생각이 맞다면 정말 어이없는 글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300억을 과연 쓸까? 쓴다고 해도 그 사람이 누구냐? 누구의 자식이냐에 따라서 내놓던가 안내놓던가 하겠지.... 정부는 원래 권력자들, 부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거니깐...

 

P101 시금치 된장국 끓이는 것이 이렇게 간단한 것인지 몰랐다. 사실 30대가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한 번도 시금치 된장국을 끓여 본 적이 없다. 주말에 시금치 된장국을 만들어 먹어봐야겠다. 시금치가 남으면 P14~15 앞에 소개한 시금치 샐러드도 만들어야겠다. [요리의 재미는 변주가 있기 때문에 재미있다]

 

P114~117 작가도, 작가친구도 어려운 일이 있었으나 생각을 바꾸어 나름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솔직히 나에게는 이렇게 와 닿는다. 그래도 작가는 글 쓰는 즐거움 하나 가지고 있고, 친구는 취재를 할 수 있는 즐거움 하나를 가지고 있지 않느냐고... 그래서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물론 즐거운지 아닌지 잘 모른다. 그냥 먹고 살기 위해 밥벌이 할 수 있는 것이 그거뿐이라서 그런 건지 하지만, 부럽다. 나는 아직 잘 모르니깐... [진정 무엇을 위해 사니?] 싶다.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질리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사람도, 어쩌면 관계도, 마지막으로 삶조차 단순한 것이 가장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좋다든가, 그냥 아껴주고 싶다든가 하는 그런... p121

 

흠...중간 중간에 작가가 겪었던 상처가 아직 아물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 있는 듯 보였다. 글로써는 "괜찮다"하고 자주 나오는데.. 괜찮은데... 왜? 과거 얘기가 계속 나오는 걸까? 이혼 세 번, 다른 성을 가진 자식 셋... 아니면 오히려 다 괜찮아서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건가??? 나는 그녀의 사생활을 알고 싶지 않다. 그저 나는 독자이기에 읽는 즐거움과 거기서 얻어내고 위안 받을 수 있는 글을 보기만 하면 된다. 개인적인 사생활은 그들만 알면 된다. 그러니 자신을 위해서, 자식을 위해서 그만 표출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 그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자신이 상처 받았던 기억을 계속 되풀이 하면서 독자에게 들려주는 것 같아 약간 질린다. 그녀가 이 글을 본다면 '닥치세요'하고 말할 것 같다. 쥐뿔도 모르면서 씨부리지말고 닥치라고...


​그건 그렇고, 글들은 나쁘지 않다. 한마디로 좋다. 그러나 그게 다다. 활력을 넣어주는 글, 숨을 고르게 쉴 수있게 도와줄 수 있는 글,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는 글, 베껴 적고 따라 적고 계속 기억하고 싶은 글은 없었다. 그냥 좋은 말이네... 그정도? 또한 뭔가 인위적인 느낌이 살짝 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알려 준 레시피는 정말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맛은 장담 못 할 것 같다. 어느 것은 안먹어도 봐도 대충 그 맛을 상상 할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주말에는 시금치 된장국을 해먹기로 정했고, 오늘은 집에 스파게티면이 남은 것이 있기에 그녀가 알려 준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만들어봤다.


이혼하러 간 법원에서 담당 직원이 사인해달라고 한 기억. 그때 나는 많이 울고 있었는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자 그 사람이 진지하게 "압니다, 선생님. 지금 그럴 경황이 아니시라는 거. 그런데 생각해보십시오. 제가 언제 또 선생님을 이렇게 가까이어서 뵙겠습니까?" 이러는 거야. 울다가 생각해보니 그 사람 말이 일리가 있더라고. 사인을 해주고 나니 막 웃음이 나오더라.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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