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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좋은 날
모리시타 노리코 지음, 이유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이 에세이는 표지에 문구가 찍혀 있듯이 영화로 개봉되었고, 아마존에서 40만 부 이상 판매된 책이다. 이 부분만 봤을 때는 나에게는 그다지 당기지 않는 책이었다. 내 마음을 흔들었던 것은 "다도" 이 단어였다. 무난하게 집에서 즐겨마시는 것이 "녹차"이기도 하고, "다도" 부분에 약간 관심이 있었다. 단정한 차림, 절제된 움직임, 소박함 그리고 그 안에 깃든 여유로움이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좋은 날'은 모리시타 노리코 저자가 40년 동안 다도를 배우며 알게 된 인생을 담은 에세이이다.
[세상에는 '금방 알 수 있는 것'과 '바로 알 수 없는 것' 두 종류가 있다. 금방 알 수 있는 것은 한 번 지나가면 그걸로 충분하다. 하지만 바로 알 수 없는 것은 펠리니 감독의 (길)처럼 몇 번을 오간 뒤에야 서서히 이해하게 되고, 전혀 다른 존재로 변해 간다. 그리고 하나씩 이해할 때마다 자신이 보고 있던 것은 지극히 단편적인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차"라는 건 그런 존재다.] p7
스무 살의 봄 노리코는 다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엄마가 다케다 아줌마는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노리코는 엄격하고 무서운 사람이라고 상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싹싹하고 사냥해 보이는 아줌마였다. 다케다 아줌마에게서는 언제나 여유롭고 느긋한 분위기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생각해'라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엄마는 다케다 아줌마가 '다인'이라서 그렇다고 말했다. 즉 다도를 하는 사람이었다. 다도 선생 간판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을 하셨다.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고 초조해하고 있을 때 엄마가 다도를 배워 보라고 권했다.
노리코는 그때 "뭐든 좋았다. 그것이 낡고 케케묵은 일본의 전통일지라도" 그래서 다도를 시작했다.
"차라는 건 말이지, '형태'가 그 첫걸음이란다. 먼저 '형태'를 만들어 두고 그 안에 '마음'을 담는 거야." p49
첫날 후쿠사 다루는 법을 배웠다. 후쿠사는 '펑' 울리고, 차를 소리 내서 마시고 노리코는 첫날 소소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두 번째는 더 이상했다. 차선을 배웠다. 노리코는 이유를 물었고 이유는 상관없다는 말을 들었다. 일일이 왜냐고 물으면 곤란하고 의미 같은 건 몰라도 된다고 다도란 그런 거라고 말씀하셨다. 세 번째 날은 차를 타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토요일마다 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노리코는 도무지 다도를 왜 배우는지 깨닫지 못했다. 오히려 다도 배우러 가는 것이 싫어졌다. 어느 날 다케다 선생님이 배운 걸 얼마나 기억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해보라고 하셨다. 노리코는 할 수 없었다. 무엇 하나 기억에 나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도를 얕잡아 봤던 것에 후회를 했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였다.
"작은 동작 하나하나를 정확히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수많은 '점'을 찍는다. 그 점과 점이 가득 모여서 '선'을 이룬다." p63
어느덧 다도를 배운 지 3년이 지난 후 차츰 다양한 소리와 냄새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에 있는 다화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비 오는 날에는 비를 듣는다. 눈이 오는 날에는 눈을 바라본다. 여름에는 더위를, 겨울에는 몸이 갈라질 듯한 추위를 맛본다. 어떤 날이든 그날을 마음껏 즐긴다. 다도란 그런 '삶의 방식'인 것이다." p256
시간이 더 흘러서는 다도의 여백과 자유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도란? 계절의 순환 주기에 따른 삶의 미학과 철학을 자신의 몸으로 경험하며 깨닫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건 여름의 차. 이건 겨울의 차"
"여름인지 겨울인지에 때라 데마에가 달라져요?"
"그렇지" p69

일본 작가 대부분은 소소한 일상과 소소한 소재로 글을 예쁘게 잘 쓰는 것 같다. 영화로 만들어도 심심하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이 항상 들어가 있다. 무슨 촉매제를 쓰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도"가 쉽지 않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다도"라는 것이 재미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손이 가는 대로 움직이는 동작이 예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다도 속에 있는 그 "여백"도 마음에 들었다.
다도를 배우면서 그리고 시간이 쌓이면서 그녀가 느낀 감정과 깨달음들이 다정하고 온화하면서 살짝 마음도 정화 시켜주었다. 묘한 여운을 남겨주는 에세이였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도 차의 세계에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가면 "다도"를 체험할 수 있다. 그것만이라도 나는 만족할 것 같다.
"나직하고 조용하게, 솔바람이 울리고 있다." p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