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하드 럭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요시토모 나라 그림 / 민음사 / 200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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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보내 준 "하드보일드 하드럭" 오래된 책이라서 깨끗한 책이 있을까하고 걱정을 하셨다고 한다. 난 깨끗하지 않아도 괜찮았는데, 책을 보내주시는 것만이라도 고마웠는데, 다른 부분까지 신경을 써주셔서 그 고마운 마음이 몇 배로 커졌는지... 다시 한번 감사하다.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의 책을 안읽은지 조금 된 것 같다. 손을 집기가 겁이 났다. 예전 같은 감정을 못 느끼면 어쩌지? 실망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요즘 예전부터 좋아하는 작가분들의 신간들을 읽으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작가분들이 점점 사라질까봐 그냥 그 마음 놔두기로 결정했고, 신간을 쳐다보지 않았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그 이유 때문이다. 그래도 걱정이 됐다. 작가분의 글은 변하지 않았는데, 내 감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 것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나는 살아 있는 인간이 가장 무섭다. 살아 있는 인간에 비하면, 장소는 아무리 소름 끼쳐도 장소에 지나지 않고, 아무리 무서워도 유령은 죽은 인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일 무서운 발상을 하는 것은 늘 살아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산길을 걷고 있었다. 울창한 숲에 에워싸인체 하염없이 걷다보니 어둠에 묻혀가고 있었다. 다행히 조금만 더 가면 예약한 호텔이 나오기에 발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정체 모를 사당 같은 것이 나왔다. 나는 초능력 같은 것은 전혀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엄청나게 사악한 존재가 여기에 잠들어 있는거야, 틀림없어-

사당을 천천히 들여다보니 달걀 같은 까만 돌이 열 개, 놓여 있었다. 그녀는 될수록 관여하지 않고 걸었다. 마을에 도착하니 배가 고파서 우동집에 들어가 우동을 먹고 있는데, 주머니에서 뭔가 투두둑, 소리가 나면서 바닥에서 떨어졌다. 그것은 바로 사당에서 봤던 달걀 같은 돌이었다. 그녀는 가지고 온 적이 없는데, 우동을 먹다 말고 그 돌을 그냥 우동집에 놓고 왔다. 그날 밤 우동집에 불이 났다. 다행히 큰불도 아니고, 다친 사람이 없었다.

- 나는 그 어느 곳도 아닌 곳에 와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어디로도 돌아갈 수 없을 듯한 기분이었다. 아침은 오지 않고, 여행은 끝이 없고 유령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

호텔로 온 그녀는 몸이 피곤해서 곧바로 잠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죽은 치즈루를 만났다. 그날이 치즈루 기일이었다. 근데 어째서 장소가 동굴일까? 그녀는 불현듯 깨달았다. 사악한 누군가, 혹은 무엇은 산 채로 그 사당 언저리 동굴 속에 묻혀버린 것이라고.... 치즈루는 유령을 보기도하고, 그 존재를 느끼기도 했다. 치즈루와 같이 있을 때는 세상이 유령투성이었다. 치즈루는 아파트에서 불이나서 죽었다.

- 시간은 , 늘어났다 즐어든다. 늘어날때에는 마치 고무처럼, 그 팔 안에 영원히 사람을 가두어둔다. 그리 쉽사리 풀어주지는 않는다. -

왠 여자가 가운만 걸친 체 문을 두드렸다. 남자친구가 화가 나서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열쇠도 없다면서 그녀에게 잠시만 들어가 있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그녀는 가운만 걸친 여자를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그 여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는 그 이야기를 듣다가 더이상 들어줄 수 없어 관리인 아줌마를 찾아갔다. 아줌마한테 들은 말은 현재 이 호텔에 묻고 있는 사람은 그녀뿐이라는 것이다.

-댁이 하는 말 이해할 수 있어요.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라니까. 옛날 같으면 너구리가 사람을 홀린다고 할 날이지. 어쩐지 공기가 무겁고 밤이 유독 어둡잖아요. 하지만 지나가요. 이런 밤 역시. -

"사람들은, 자기가 상대방에게 싫증이 났기 때문에, 혹은 자기 의지로, 또 혹은 상대방의 의지로 헤어졌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르다. 계절이 바뀌듯, 만남의 시기가 끝나는 것이다. 그거 그뿐이다. 그것은 인간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뒤틀린 시간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역시 어떤 밤에도 몇 가지 재미있는 일은 있다."

이 소설은 독특한 분위기를 쥐고 있다. 쓸쓸함이 꽤 깊고 진한데, 아늑하기도 하다.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분의 글을 읽으니 역시나 좋다. 자신만의 색깔이 파르륵 파르륵 움직이고 있다.  항상 책 속에 수많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도록 숨겨놓으신다. 어떤 문장은 아프게 가슴에 팍 꽂히기도 한다. 바르는 약도 없다.

약간 오래된 책인데도 빛이나는 문장력이었다.


"정말 좋아하면 고통스럽고, 심장이 아프고,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어서, 설사 누가 죽는다 해도 내 마음을 관철하고 싶어지는 거야,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까지 폐를 끼치게 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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