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
배종훈 지음 / 더블북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을에는 에세이가 좋은 것 같다. 문장이 짧고 여백은 적당히 있고 잠시 생각할 시간과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을 동시에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뒤숭숭한 마음을 잡아준다. 그래서 가을에는 에세이를 많이 읽을려고 노력한다.

이 책의 저자분은 대단한 것 같다. 무엇에 대단하다고 생각하느냐면, 1인 5역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서양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여행작가, 중학교 교사를 하고 있다.) 하루 4시간 미만의 잠을 자면서 내 시간이 항상 부족하다고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한 시간이 고작해야 하루에 3~4시간뿐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나라면 차라리 직업 중 두 세개를 포기를 할 것 같다. 욕심을 너무 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자분이 그것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삶에 있어 필요하다면 중요하다면 당연히 해야하는 일들 일것이다.

"어떤 것들은 세상에 변함없이 존재하는데도 내가 그것을 잊고 살고 있다. 물건도 장소도 사람도 그렇다. 여전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그 자리에 있는데 누군가에 잊혀진 그것, 그 장소,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해 본다. 나와 인연이 닿아 있음에도 내게 잊혀진 사람들에게 미안해졌다."

"내 그림에는 '느긋한 외로움'이라는 작품명이 많다. 종일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고 홀로 보내는 날이 많은데, 그런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 바로 느긋한 외로움이다."

"삶이 객관식 시험일까? 분명히 아닌 것을 아는데도 우리는 항상 몇 가지 선택지에서 고르고 정답인지 확인하고 있다. 사회적 도덕과 약속을 지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은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행이 그 시작이다. 객관식을 주관식으로 바꾸는 것."

"여행은 사소한 순간이 더 좋다. 가끔은 기대하지 못한 순간, 계획하지 않았을 때 더 크게 온다."

"혼자 있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삶의 의미는 결국 자기 스스로 묻고 들어야 한다."

"여행이 삶과 일치하면 '여행'이라는 말을 떠올리기만 해도 두군거리는 가슴이 멈추지는 않을까?"

"눈이 쌓이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거리를 걷다가 내 발소리가 오히려 소음이 되는 것 같아 자리에 멈춰 섰다. 적마. 적멸의 시간이다. 쌓인 눈 때문에 집을 이루고 있는 목재들이 내는 삐걱삐걱, 두런두런, 들썩들썩 소리도 적멸의 순간 모두 숨을 죽이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다고 하지만 막상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그 마음은 이미 어디에도 없었다."


 -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 - <출처>

대부분 에세이의 공통점이라면 위로, 깨달음, 태도, 시각, 공감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다만, 나한테는 이 모든 것들이 책을 덮는 순간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에세이는 다른 에세이보다 "쉼표"가 많이 들어가 있다. 그것은 아마 저자분이 쉬는 시간이 별로 없고, 오직 여행에서 온전히 마음을 쉬고 있기 때문에 글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감정을 가늠해보는 여행이라는 시간에서 부드럽게 더듬어 보았을 것이다.


공감가는 문장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독자와 같이 숨을 쉴 수 있는 쉼표가 들어가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본인만 쉬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에 확 끌리는 사로잡는 것도 없었다. 어디에서 많이 들었던 글들... 당연히 생각하는 것이 비슷비슷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조미료를 어떻게 넣어서 요리를 하느냐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고, 손님의 입맛을 사로잡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전체적으로 평범한 글이었다. 읽다 보면 조금 따분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랑 문장의 성향이 그다지 맞지 않았다. 읽다가 중간 중간마다 서성이고, 계속 내 마음 속이 부산스러웠다.


저자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봐야 할 것 같다. 그때는 나하고 잘 맞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