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부 아저씨란 말만 들어도 마음이 설레이는 것은 어른이나 어린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은 밝은 색조의 예쁜 그림으로 장식된 표지에서부터 제목에 등장하는 우체부 아저씨란 말까지 어떤 내용일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게다가 비밀편지라니. 본문을 펼쳤을 때의 예기치 못한 여러 사연 속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물들이 나오지만 아주 새로운 내용이 그 속에 들어 있기 때문에 더 재미있다. 또 각각의 우편물들이 띠고 있는 형태, 즉 엽서, 편지, 카드, 광고전단 등은 아주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아이들에게는 호기심과 즐거움을, 그리고 상업적이고 사무적인 우편물에 찌들어 있는 어른들에게도 편지의 즐거움과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속 주인공들을 다시 만나는 기쁨을 주는, 참 기발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언젠가부터 어린 아들이 아기는 어떻게 생기냐는 질문을 자주 하길래 적절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5-6살 어린아이들이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지를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 뭐가 있을까 살펴보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은 부모들이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몰라서 이런저런 허황된 얘기를 꾸며내고 싶어하는 심정을 잘 반영하고 있다. 엄마 아빠는 이런저런 재료들을 섞어서 아이를 만든다든지 돌 밑에서 발견된다는 식의 우스운 설명들을 한참 늘어놓고, 이어서 똑똑한 아이들이 엄마아빠의 황당한 설명을 비웃으며 아이는 어떻게 생기는 지를 정확하게 말해준다.이 책은 아이들보다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이유는 그림책 속에서나마 부모가 아닌 어린이의 입을 통해 아이가 생기는 과정이 설명되었기 때문이다. 책 속의 부모가 그랬듯이 책을 읽어주는 실제의 부모도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지를 자신의 입으로 직접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까. 반대로 호기심 많은 어린이라면 왜 이 책 속의 부모님은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지 정확히 말해주지 않았을까 의심해볼 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책장을 다 덮고나면 진실을 알게 되지만 말이다.그래서 이 책은 아이들의 궁금증을 만족시켜주면서 동시에 부모들의 어려움도 해결해 주는 것 같다. 엄마가 나를 어떻게 낳았는지, 동생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궁금해할 나이의 아이가 있다면 함께 이 책을 큰 소리로 읽어보자.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는 아이라 할지라도, 앞부분의 설명이 말도 안되는 가짜라는 것도, 뒷부분의 설명이 진짜라는 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 책을 고를 때는 아이에게 유익할 것 같은 책,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을 고르게 되는데, 그런 책이라고 해서 고르는 어른에게도 반드시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사과가 쿵!은 보는 어른에게도 흥미를 갖게 한 책이다. 아주 커다란 사과가 쿵하고 떨어진 후에 작은 애벌레부터 개미, 나비, 두더지, 토끼, 기린, 나중엔 아주 큰 코끼리까지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찾아와 사과를 맛있게 먹는다. 반복적으로 냠냠 맛있게 사과를 먹는 장면이 이어지면서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등장하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재미있다. 먼저 사과를 배불리 먹은 동물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거나 옆에 앉아 쉬는 모습도 평화롭고 보기 좋다. 그런데 이 책의 압권은 갑자기 후두둑 비가 내리면서부터다. 윗부분만 남기고 동물들이 거의 먹어치운 커다란 사과가 훌륭한 우산이 되어주는 것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줄곧 흐뭇함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저녁이 되어 창문에 불이 켜질 때 지붕 위로 올라온 노란 달님. 이때 밤하늘에서 달님을 잠시 가리고 지나가는 구름 아저씨. 이 두 주인공에 대한 짧고 단순한 얘기가 그토록 유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은 몰랐다. 이 책은 안녕, 까꿍 등 지극히 단순한 수준의 언어 단계를 막 벗어난 아이들에게 달님과 구름이라는 두 요소를 이용해 기승전결식의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성공한 것 같다. 구름이 달님을 가리는 대목이 갈등과 긴장의 고조라면 구름 아저씨가 '미안 미안'하며 옆으로 물러나는 장면은 결말에 해당한다. 물론 어른의 관점에서 보기에 정말로 달님과 구름이 심각한 갈등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밤이라는 시간과 은은한 달빛이 주는 고요함이 어우러져 책의 분위기는 차분하면서도 환상적이다. 그림책을 처음 보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아주 적합한 책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중 하나인 자동차가 부록으로 들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매력적인 책! 유아들 그림책이 흔히 그렇듯 이 책도 반복적인 문장을 사용해 리듬감을 주면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토끼 가족이 집을 짓는데 처음에는 과자, 그 다음에 꽃, 이어서 헝겊으로 지어보지만 모두 약해서 무너지고 만다. 마침내 이웃 돼지네 집이 완성되고 그 집에 가서 콘크리트로 지은 집은 튼튼하다는 걸 알게 된 토끼 가족은 콘크리트를 사용해 오래오래 살 수 있는 집을 짓게 된다.책에 등장하는 멋진 트럭믹서(레미콘차)가 실제 장난감으로 들어 있어서 책을 보고 나서 가지고 놀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