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협동조합 - 한 사람에서 시작해 한 사람에게 향해 가는 협동조합
김기섭 지음 / 들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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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 협동조합 이 책의 저자 김기섭은 일본 고베대학 농업경제학 박사,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 연구활동가로 활동 중이다.저자는 협동조합의 정체성에 대해 말하고 만들어진 대상에 정체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만들어가는 주체에 정체성이 있다고 적고있다.이러한 이야기는 소외된 의식이고,이런 의식을 통해서는 소외를 극복할 주체도,소외를 극복할 대안도 찾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협동조합의 정체성은 실은 협동조합에 관한 우리의 말이고 우리가 만들어가는 다른 이와의 관계이지,협동조합 자체의 어떤 특징이나 본질이 아니다.협동조합을 사업체 위주로 바라보는 유럽인들조차 그 정체성만큼은 사람의 몫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정체성은 나의 정체성에서 나온다고 하며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말을 찾고 다른 조합원과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서 내가 나임을 자각하는 것,내 존재의 가치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인정받는 것,이로 인해 내가 살아가는 의미와 힘을 갖게 되는 것,이런 하나하나의 내 정체성이 모여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해갈 때,협동조합도 자기만의 고유한 특징과 본질을 드러낼 수 있게 된다.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에게 향해 가는 협동조합이다.협동조합 정체성이 협동조합만의 고유한 특징과 본질을 말한다면,우리의 협동조합 정체성은 협동조합에 관한 우리의 집합적인 통찰을 말한다.




2021년에 제33차 ICA 세계대회가 서울에서 열렸다.협동조합 정체성에 깊이를 더하다(Deepening our Cooperative Identity)라는 주제가 주요 의제로 다루어졌는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과연 협동조합 정체성에 깊이를 더하다라는 말이 말이 될까? 다른 건 몰라도 영어 our(우리의)는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지난 서울대회 때의 의제는 협동조합 정체성에 깊이를 더하다가 아니라 실은 우리의(our) 협동조합 정체성에 깊이를 더하다이다.이 둘은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른 말이다. 이런 우리의 통찰에 깊이를 더하자는 것이지, 협동조합의 특징과 본질을 더 심화시키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커다란 오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협동조합에 관한 잘못된 인식과도 무관하지 않다.보통 협동조합을 실체가 있는 것으로 보고,이를 규명하고 심화시키기 위해 정체성을 이야기한다.협동조합은 실체가 없고, 협동조합에서 실재하는 것은 오직 사람들의 말과 관계뿐이다.일본에서는 사람을 빼고 실체도 없는 협동조합에게 자기 본질의 통찰을 요구하고 있다.소외의 극복을 이야기하면서도, 실은 소외된 의식의 늪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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