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문 2025.가을 - 127호
시와산문사 편집부 지음 / 시와산문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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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을이면 기대하는 포근함 대신,
쓸쓸한 삶의 굴곡이 드러나는 글들이 많았다.
처음엔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깨달았다.
각자의 삶에서 끌어올린 이야기들은
그렇게나 깊은 울림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희망만을 이야기하는 듣기 좋은 글귀가 아닌,
진짜 삶에서 겪은 상처와 외로움,
기쁨과 희망이 섞인 복잡한 감정들.

박경리 시집을 읽고 나서 삶의 굴곡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 내게,
이 글들은 가장 현실적인 위로가 되었다.

읽을수록 한 편의 소설들이
한줄한줄 압축된 느낌이었다.

한 작가의 시선이 아닌,
여러 작가들이 각자의 삶을 통과하며 쓴
이야기들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공명.


젊은 작가들의 깊은 문학적 표현도 감탄할 만했다.
시와산문만의 고유한 매력이자,
가을호가 주는 선물이었다.



 인상 깊었던 작품들

〈시선〉_ 이현애
“나는 장대높이뛰기나 멀리뛰기를 잘 한다 아마,
보다 더 높이 더 넓게 뛰는 이가 많을 것이나
어느 누구 하나 나처럼 하지 못한다.”

〈꼬리를 살랑, 손가락을 까딱〉_ 김가영 에세이
이 뜨거운 시기가 지나면 또다시 찬바람이 불어올 테지만,
그건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땀이 흐른 등위로 훈풍이
서늘하게 지나며 잠시 그 계절을 떠올리게 했지만,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뜨거운 몸에 스친 그것은
서늘함이 아닌 시원함이었다. 차가운 겨울에도
지금과 같이 기분 좋은 따뜻함이 있겠지.


박참새 시인의 AI 협업 고백
AI 창작의 영역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분분한 가운데, 글쓰기의 방향에 대해
AI와의 협업을 직접 언급한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인간의 사고를 돕는 도구로서 AI를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역시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김종만 시인의 시론 「이해보다 떨림으로」

● 시는 이해하는 대상이 아니라 느끼는 존재다.
● 한 줄 한 줄을 천천히 음미한다.
● 시는 사람마다 다른 빛깔과 온도를 지닌다.

굳이 이해하고 해석하는 시 읽기를 하고 있던 나에게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라는 시론이었다.


쓸쓸함 속에서도 발견하는 진짜 울림.
다양한 목소리가 만나는 문학의 힘.

이게 『시와 산문 2025 가을호』가
우리에게 전하는 진짜 가을 이야기다.

가을호를 만나고 나니 자연스레
추운 계절을 통과한 작가들의 목소리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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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잘 지내고 싶어 - 소통 파워 충전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내가 되기 위한 파워 충전소 시리즈 5
최은영 지음, 김진화 그림 / 우리학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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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렇게 다른데 어떻게 친해지라는 거야?❞


열세 살 라엘이는 뉴질랜드에서 친구와 함께 지내다가 

외로움을 견디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장소를 바꾼다고 친구 사귀기가 쉬워지진 않는다.



라엘이는 따돌림을 당한 게 아니라 스스로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였다.

 친구가 되고 싶지만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에서는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었단 말이야!”
한국에서는 어려운 수업도 무조건 들어야 하고 급식도 모두 똑같이 먹어야 한다. 

답답한 규칙 속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하지만 그게 오히려 갈등을 만든다.

엄마와 선생님은 도와주려 하지만 라엘이는 자신의 방식만을 고집한다.


 5학년 큰아이 교실에서는 크고 작은 갈등이 자주 생긴다. 

요즘 아이들이 겪는 진짜 소통의 어려움을 담고 있어 매우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다.

사춘기 아이들에게는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화해는 더더욱 쉽지 않은 숙제처럼 느껴진다. 


그런 라엘이에게 파워충전소는 작은 변화의 시작이 되어 준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고 

몸과 마음을 지키는 법도 배워간다. 

친구들의 경험은 공감과 호기심을 자아내며 

시리즈 전체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이어준다.


바디, 브레인, 멘탈, 리더십에 이어 

소통 파워가 다섯 번째 마지막 이야기다.


“뭐든 처음은 낯설고 어려워서 무겁기 마련이지” (P.55)


장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의 소통 능력을 키우는 것이 진짜 해결책임을 알려준다.

특별한 기술 없이도 우리 주변 친구 사귀기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냈다. 

마음 깊은 울림을 남기며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마음을 따라가며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소통파워충전소너랑잘지내고싶어 #소통파워시리즈 #최은영 #초등동화 #성장동화 #친구사귀기 #소통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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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소설 모드 - 제2회 현대문학*미래엔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하유지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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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중학생 미리내는
닉네임 ‘도로시’로 남몰래 소설을 연재한다.
하지만 조회수는 한 자리.

엄마는 사회적 위치만 중요하게 여기고,
미리내의 꿈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아빠는 AI에 일자리를 빼앗겨
타지에서 일하며 따로 살아간다.
외롭고 정서적 교류가 부족한 일상.

그러던 어느 날,
집안일 로봇 아미쿠가 들어왔다.
청소는 서툴지만
미리내의 글을 읽고 진심으로 반응해준 첫 존재였다.

"날개가 새만의 자랑거리가 아니듯
마음도 사람만의 것이 아닙니다.
미리내는 마음이 어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십니까?" (P.44)

아미쿠의 조언으로 글을 고치자 조회수는 폭등했다.
하지만 ‘AI 출처’가 붙는 사고가 일어났고,
악플이 쏟아졌다.

"소설을 쓰고 고치고
또 고치고 또또또 고친 사람은
나, 도로시란 말이다." (P.59)

그 과정에서 미리내는 인간관계와 사회의 잔혹함을 체감하기도 한다.

"왜 인간은 이토록 잔인할까,
어리석을까, 졸렬하고 남 잘되는 꼴을 못 보고
비겁하고 더운 날의 우유보다 더 쉽게 변질될까." (P.106)

그럼에도 미리내는 포기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이미 휴대폰 속 ‘아미쿠’와
매일 대화하며 살고 있다.
명령도, 창작도 결국 사람의 몫.
AI는 도구일 뿐.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야말로
관계의 본질입니다." (P.158)

선생님에게, 친구에게, 때로는 AI에게.
조언을 받아 성장하는 것.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움을 받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용기.

이 시대에 사라져 가는 것들과 불안감,
그리고 계속해서 함께 풀어가야 할 윤리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우리는지금소설모드 #하유지 #현대문학 #우정 #AI #로봇 #글쓰기 #인공지능 #성장소설 #청소년소설추천 #AI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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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아이로 자라는 마음의 언어 - 25년 아동심리학자가 그림책에서 발견한 3~8세 정서 대화의 비밀
강지현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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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이는 건강한 어른의 마음과 함께 자란다❞


아이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
어린이집 연계 놀이치료를 시작했다.

“괜찮아”라며 감정을 숨기던 아이.
그 아이를 보며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2년 동안 상담실을 오가며 들었던
조언들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25년 경력의 아동 심리학자인 저자는
자녀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통해
아이의 정서와 부모의 내면을 함께 들여다본다.


책은 ‘성장하는 나’, ‘감정을 다루는 법’,
‘관계의 기초’, ‘가족의 이름’ 네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각 주제에 맞는 그림책과 질문,
미완성 문장, 역할극, 대화 예시 등
실제 육아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제시한다.


아이와 그림책을 많이 읽어왔지만
이 책에 소개된 그림책 중엔
처음 보는 제목도 많았다.
그만큼 아이의 마음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과 부모로서 배우는
깨달음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부모가 자신의 결핍과 굴곡을 인식하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스스로를 이해하는 작업에 집중하게 해준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늘은 엄마가 먼저 미안하다고 말해본다.
그것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첫걸음이었다.


표지엔 3~8세라고 적혀 있지만
사춘기 초등 시기에도 충분히 유용하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부모의 마음을 돌보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육아는 매일 나의 부족함을 마주하는 여정이었다.
내가 얼마나 서툴렀는지,
얼마나 흔들렸는지,
얼마나 아이 앞에서 작아졌는지를
조용히 마주하게 되는 시간.


그림책 한 권, 한 줄의 대사,
한 번의 사과, 그리고 한 번의 토닥임이
우리 사이를 한층 더 든든하게 이어준다.


육아란,
사실은 내가 자라는 시간인 것 같다.



#단단한아이로자라는마음의언어 #강지현작가 #라이프앤페이지 #육아서추천 #그림책의힘 #아이와소통 #부모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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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뺏기 - 제5회 살림청소년문학상 대상, 2015 문학나눔 우수문학 도서 선정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2
박하령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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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박하령 작가의 대표작 『의자 뺏기』가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2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제목만 보면 남의 자리를 빼앗는 이야기 같지만
내 자리를 찾아가는 성장 이야기다.
비속어도 적절히 섞여 있어서 더 리얼하고 재미있다.



<왜 나만 양보해야 해>

일란성 쌍둥이 은오와 지오.
어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은오만 할머니댁에 홀로 남겨진다.

희생된 은오의 존재는 점점 잊혀가고,
학업, 재능, 첫사랑까지 모두 지오의 몫이 된다.



<👯더 이상 쌍둥이가 아닌>

엄마의 불의의 사고 후 상경한 은오.
성형으로 달라진 지오와 재회하며 쌍둥이조차 아닌 존재가 된다.

새 학교에서 혼자가 되지 않으려 예스맨이 되는 은오의 모습은 
비굴하지만 ‘우리’라는 소속감이 내심 행복하게 느껴진다.


<드디어 찾은 나만의 빛>

친구들과 어울리며 숨겨진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는 은오. 
자신만의 빛을 찾기 시작한다.

"내 목숨 걸고 말하는 건데, 난 갈라 뽕도 의자 뺏기도 안 할 거고,
절대로 포기 안 한다. 왜 또 내가 양보를 해야 해? 인제 난 암것도 포기 안 해!
이제 내 차례야. 내 차례라고!"

처음으로 쏟아낸 절규는
자신만의 삶을 되찾겠다는 선언이었다.



<자발적 유배, 진짜 해방>

꿈마저 양보해야 할 순간, 은오는 가출을 감행한다.
자발적 유배는 해방의 시작이었다.

상처받았지만 꺾이지 않고 자신의 길을 지켜나가는 은오.
그 모습이 가슴을 울린다.



<완독 후기>

가족 간의 갈등을 현실적으로 담아내면서도 경쾌하게 풀어내는, 
몰입도 높은 성장소설의 정석을 보았다.

슬픔이 가득하지만 명랑한 주인공 은오는
독자로 하여금 힘을 얻게 한다.
자신만의 슬픔을 담담하게 넘기며
건강하게 나만의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생각은 그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용기를 냈더라면,
조금만 더 열심히 했더라면 하는 마음이었다.

이 책은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마음 한켠에 품고 있는 불안과 의심을
살며시 감싸 안아주는 이야기였다.

❤️상처를 딛고 나아가는 
모든 은오들에게 추천한다.


<마음에 새긴 문장>

"창조하기 위해서는 우선 파괴해야 한다고 
누군가 그랬다. 고로 나의 삐뚤어짐은 성장의 전조이다."

"살면서 상처 안 받고 사는 사람이 어딨니?
누구 때문이든 내 안의 상처는 어차피 내 것이잖아? 
그러니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내 몫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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