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문명 - 숲이 물러난 자리에 새겨진 5,000년의 기록
존 펄린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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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문명은 숲을 잘라 번성하고

그 뿌리가 뽑히는 순간 같이 사라졌다.”

역사에서 제일 재미있는 건 역시 흥망성쇠다.

그런데 《숲과 문명》은 그 이야기를 왕도 전쟁도 아닌,

‘나무’를 중심에 놓고 다시 보여준다.

책은 세계 최초의 나무 아르케옵테리스에서 시작해

5,000년의 문명을 따라간다.

철을 제련하는 목탄부터 배와 수차, 풍차, 베틀까지

문명의 곳곳에 나무가 있었다.

책을 뜻하는 영어 단어 ‘Book’조차

너도밤나무(Beech)에서 유래했다니,

우리가 아는 역사 전체가 사실은

나무 위에 서 있었던 셈이다.

재미있는 건 문명의 시작부터 숲의 파괴가

세트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시》에서

영웅이 가장 먼저 한 일도

숲의 수호자를 죽이고 나무를 베어 오는 것이었다.

수천 년 뒤 로마도 똑같았다.

화려한 공중목욕탕과 유리를 만들고,

네로 황제의 사치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나무가 태워졌다.

로마인들도 나무가 부족해지는 걸 알고 벌목을 제한하고

난방을 아끼려 애썼다.

아끼는 법은 알고 있었지만,

이미 맛본 풍요를 스스로 줄일 수 있는 인간은 없었다.

가까운 숲이 줄어들면 더 먼 곳으로 갔고,

그래도 부족하면 남의 숲을 빼앗았다.

‘나무로 만든 나라’라 불리던 아메리카의 울창했던 숲도

결국 그렇게 사라져갔다.

읽다 보니 세계사가 거대한

숲의 소멸 지도’처럼 보였다.

나무 하나를 중심에 놓았을 뿐인데

흩어져 있던 세계사가 하나로 이어졌다.

환경 이야기에 관심이 없어도 상관없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풍요가 어디에서 왔는지,

익숙한 세계사를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보고 싶다면

이 책은 읽을 이유가 충분하다.

나무는 오랜 시간 인간에게 너무 많은 것을 내어주었다.

그 풍요가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문장수집>

환경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가장 크고 주목받는 시기는

나무처럼 중요한 자원이 고갈될 위기에 놓일 때다. (P.21)

아르케옵테리스와 그 후손들이 인류 때문에 죽어간 이야기는

“우리 행성이 지금 겪고 있는 기후변화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해주는 렌즈”와도 같다. (P.38)

사람이 없으니 마치 저주에 걸린 것만 같았다. (…)

(반면) 숲은 마치 풀려난 죄수처럼 자유롭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 있었다.

《닥터 지바고》 중 (P.40)

“배가 없다면 해군은 존재할 수 없고,

목재가 없다면 배는 존재할 수 없다.” (P.45)

길가메시의 전쟁 구호인

“나는 저 거대한 숲을 베어버릴 것이다.”는

온 사회의 주문이 되었으며,

숲은 그 구호 아래 하나씩 무자비하게 벌목당했다.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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