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메모리엄 - 2024 올해의 영국 도서상 데뷔 소설 부문 수상
앨리스 윈 지음,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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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앨리스 윈의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읽는 내내 오래된 고전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문장 사이에 흐르는 공기,

아직 세상을 낭만으로 바라보던 소년들,

그리고 그 세계가 무너져 가는 방식까지.

『인 메모리엄』은 제1차 세계대전 속에서

영국 소년들이 전쟁을 지나며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담아낸 소설이다.

독일과의 전쟁이 시작되던 1914년,

기숙학교 안의 소년들은

전쟁조차 낭만적인 것으로 상상한다.

주인공 곤트와 엘우드 역시

그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넌 마법을 믿어?”

“난 아름다움을 믿어.”

“나도.”

곤트는 엘우드로 산다는 건 어떨지 궁금했다.

어딜 가나 그 자리를 아름답게 만드는 존재,

망치는 존재가 아니라.

(P.22)

둘 사이에는 분명한 감정이 있지만

그 시대에는 그런 마음을

드러내고 살아갈 수 없었다.

손끝 하나 닿지 못하는 거리와

말하지 못한 시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지나가는 순간들.

퀴어 소설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책이다.


오래 붙잡게 되는 건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남기는 

긴장과 공기감이다.

학급 신문과 시, 편지 같은 기록들이

사이사이에 섞여 있어 전쟁 전

소년들의 공기와 감각이 더

생생하게 전해진다.

전쟁은 그 아이들을

너무 빨리 바꿔버리지만,

그 와중에도 남아 있는

소년 같은 순간들이

더 깊게 스며든다.

“전쟁이 아니었어도 내게 키스했을까?”

오직 죽음을 알기에,

곤트는 그처럼 무모해질 수 있었다.

(P.233)

눅눅하고 썩은내가 진동하는 참호와

진흙과 피가 뒤섞인 바닥,

살아남기 위해 점점 무뎌지는 감각까지.

전쟁의 공기가 문장 밖으로 스며 나온다.

“시드니라고 불러.”

“시드니.”

곤트는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말했다.

“넌 날 가질 수 있어.”

곤트에게 말하고 난 뒤

엘우드는 갑자기 숨 쉴 수가 없었다.

(P.560)

오래된 명화처럼,

드러내는 순간 처절하지만

예술 안에 담기면 아름다움이 되는 것들.

이 책은 문장으로 그린 명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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