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다, 마음을 듣다 - 정원을 가꾸며 내면에 귀 기울이는 시간
김현호 지음 / 샘터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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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육아의 끝은 어디일까,

내 노년은 어떤 모습일까.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놓치고 있던 요즘,

이 기록은 내게 조용히 속삭였다.


“닫힌 결말을 맺기에 

우린 아직 너무나 젊다고.”

38년 언론계 은퇴 후 마주한 양평에서의 

70대 인생 2막. 그의 낙원이 아내에겐 

감옥일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300평 텃밭을 밀고 아내를 위한 정원으로 꾸몄다. 

이제는 정원을 제2의 삶의 무대라 말한다.

신기하게도 그의 글에선 연륜은 느껴지지만 나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완벽한 어른을 연기하기보다 여전히 꿈을 향해 휘청이며 

걷는 모습을 투명하게 담아냈기 때문일까.

가장 공감 간 에피소드는

70대 최고령 청소년 상담사 도전기다.

수석을 자신했지만 현실은 간당간당한 

커트라인 합격. 


그래도 붙었다. 어쨌든 해냈다.


어느 날은 ‘나 좀 근사한걸?’ 싶다가도,

금세 얼굴 화끈거리는 실패 앞에 자책하는 것이 인생이다.

문득 꽃 피우기에 한창인 우리 집 콴탁 메이를 본다. 

한 줄기에서도 꽃망울이 터지는 속도는 매해 제각기다. 

그래도 어느 틈엔가 조화롭게 꽃뭉치를 이뤄가는 것을 보면, 

사람 사는 풍경과 늘 닮아있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너무 낙제점은 주지 말자.

다시 시작할 최소한의 원동력은 나를 보듬는 

그 마음에서 생기니까.

저자는 꽃과 나무, 잡초를 들여다보며 

비로소 내면의 소리, 타인의 마음이 들려온다. 

베란다 한 평 정원이 전부인 나도 식물이 

물 먹는 소리, 오늘의 작은 변화를 살피다 

보면 어느 순간 복잡한 내 마음을 들여다 보게 된다.


식물을 바라보던 시간이, 

어느 순간 나를 듣는 시간이 되었다.

어디선가 날아와 자리 잡은

부추 한 포기도 뽑지 못해 그대로 두고,

안주는 마트 부추전으로 대신하는 사람.

그에게 정원은 수확의 터전이 아니다.


생명이 저마다의 속도로 살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존중의 시선이 머무는 곳.

그 시선이 사람에게로 향할 때,

비로소 진정한 상담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


책장을 덮는 순간, 

뭐라도 당장 시작하고 싶어 마음이 일렁였다. 

페이지 밖으로 번져 나오는 

그 싱그러운 기운 때문일 것이다.

나이라는 계절에 갇히지 않고

내 삶의 숨구멍을 찾아가는 시간.

그렇게, 정원은

나에게 가장 투명한 안부를 건네왔다.


버티다 숨 쉴 수 있는 나만의 정원.

지금 우리에겐 그게 필요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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