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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죽이려면 ㅣ 텍스트T 19
하세가와 마리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히로에게 스기모리 군은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 속에서 붙잡았던 유일한 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손의 무게는 히로를 짓눌렀다.
놓으면 배신 같고 잡고 있으면 함께 가라앉을 것 같은 느낌.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꼈던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무게가 얼마나 조용히 그러나 깊이 사람을 잠식하는지를.
두 사람 사이에도 서서히 틈이 생겨났고,
그러면서도 서로 쉽게 놓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누군가는 결심해야 했다. 그게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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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기모리 군은 맨날 울었다.
울어서 내 죄책감을 자극하고
상황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끌고 가려고 했다.
스기모리 군이 울면 나도 미안하고 사과하고
스기모리 군과 다시 친한 척 할 수밖에 없었다.
악랄한 작전이다. 사기꾼의 수법과 비슷하다.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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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스기모리 군은 세상에서 사라졌다.
히로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역시'라고 생각했다.
그다음엔 '다행이네'라고.
그리고 기분이 '최악'으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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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문장의 흐름이 가장 가슴아프게 남았다.
안도감을 느꼈다는 것 그리고
그 안도감을 느낀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다는 것.
우리는 감정에도 정답이 있다고 믿으며 자랐다.
눈물이 없으면 슬프지 않은 것이고
안도가 섞이면 나쁜 사람이 된다고.
하지만 가장 깊은 감정은 언제나 그보다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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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는 스기모리 군을 밀어내기 위해 15가지 이유를 찾아냈다.
<스기모리 군을 죽이려는 이유 11 : 스기모리 군은 너무 다정하다.>
가슴이 먹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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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다정해서 죽이려 했다는 역설.
사랑과 상처가 같은 자리에 있을 때
사람은 종종 그것을 미움이라 부른다.
그 미움의 밑바닥에 존경과 신뢰가 가득했다는 걸
히로는 마지막에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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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한 번도 슬프다고 말하지 않았다.
가장 가라앉는 순간에도 담담하고 건조하게.
슬픔을 억지로 끌어내지 않아서 오래오래 먹먹함이 남았다.
나약함도 잔인함도 다정함도
회피하지 않고 전부 마주한 것.
그것이 진짜 애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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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를 어떻게 보내줘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다.
누군가 떠나면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며
슬픔을 서둘러 덮어버린다.
하지만 히로는 도망치지 않았다.
자신의 손으로 그 기억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비로소 진정한 애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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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전부였던 시절
그 무게와 죄책감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페이지를 덮고 나면 그 시절의 자신에게
조금은 너그러워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놓아야 했던 손에 대해 그리고
그 손을 놓은 뒤 오래 남았던 죄책감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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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이야기는 성장담이었다.
누군가에게 온전히 기대는 대신
내 마음을 스스로 읽는 연습.
내가 고통에 허우적거릴 때
그 감정을 조금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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