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족의 최후
송아람 지음 / 미메시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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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는 10대 때 상상했던
대단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나는 지금 살고 있을까?❞


그 시절 우리는 그랬다. 고리타분한 부모와 사회를 욕하고, 
뭐라도 대단한 사람이 되리라는 객기 하나로 버텼다. 
90년대 압구정, IMF 직전의 화려한 공기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비웃곤 했다. 
나만은 다를 것 같았던 그 착각.


하지만 어느덧 『오렌지족의 최후』 속 무너지는 주인공을 보며, 
부모의 마음과 그들이 제공했던 울타리에 더 공감하는 나이가 되었다. 
부모란 결국, 내가 마음껏 엇나갈 수 있게 지탱해주던 마지막 '믿을 구석'이었다.


송아람 작가의 『오렌지족의 최후』 속 주인공 오하나의 추락은 지독하다. 
부유하지만 그림자 같았던 한국 생활, '좀 논다'는 아이들 틈에서 찾은 어설픈 소속감. 
그러다 초등학교 동창에 대한 설레임 하나로 유학을 결심한다. 
그 한 명만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낯선 유학지에서 그녀를 기다린 건 사랑이 아니라 추락이었다.


술과 마약, 무분별한 섹스로 점철된 유학 생활은 쾌락이라기보다 
차라리 존재의 증명을 위한 처절한 자학에 가까워 보였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던 '성적 사수'마저 거부한 채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그녀를 보며 나는 책장을 넘기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이런 복잡한 내면의 요동은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를 통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지독한 절망의 끝에서도 불쑥 튀어나오는 
허탈한 유머 코드는 이 책이 가진 최고의 매력이다. 
특히 페이지 곳곳에서 그 시절의 음악과 영화를 상기시키는 
장치들을 만날 때면, 아릿한 통증 속에서도 묘한 즐거움이 피어올랐다. 
그 문화적 향취들이 잊고 있던 청춘의 온도감을 되살려주었기 때문이다.

제발 그 일탈이 거기서 멈추기를, 
언제쯤 이 지독한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숨을 죽이며 지켜보았다.




바닥까지 추락해 본 적은 없지만, 
한 번쯤 선을 넘고 싶었던 그때의 뒤틀린 욕망과
대단한 어른으로 자랄 줄 알았던 과거의 허세를 직면하는 일은 꽤 아릿했다. 
중학생으로 그 시절을 거치며 새겨둔 그때의 공기. 
좋은 기억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기도 하다. 
이제는 내 삶의 책임과 무게를 견디는 어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이 만족스럽다. 어른은 더 이상 무모하게 자신을 내던지지 않으며, 
소중한 일상을 묵묵히 지키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과거를 쿨하게 보내주고 싶은 연말, 
어리석었던 시절의 나에게 건네는 뒤늦은 화해와 인사가 되는 책이다.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평범하지만 단단하고, 소박하지만 따뜻한 지금의 내가 마음에 든다.




이 책을 추천하는 사람

  • 8090세대
  • 과거의 나와 화해하고 싶은 중년
  • 처절한 청춘의 추락이 궁금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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