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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뜬구름
찬쉐 지음, 김태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이자 해외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중국 여성 작가 '찬쉐'
그의 소설 『오래된 뜬구름』은
첫 장부터 익숙한 일상을 뒤틀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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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순간들 사이로 스며드는 위화감,
숨기고 싶은 생리적 장면들, 현실과 꿈의
경계가 사라진 흐릿한 분위기.
읽는 내내 묘한 긴장감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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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모순에 가득 차 있다.
서로를 경멸하면서도 관계를 끊지 못하고,
감시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결함은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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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완전한 피해자가 아니고, 누구도 떳떳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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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소설은 결국 한 질문으로 돌아온다.
'여기서 누가 누구를 욕할 자격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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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줄거리를 따라가는 책이 아니다.
이상한 장면들에서 느껴지는 감각, 갑작스러운
감정의 뒤틀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초현실적
분위기 자체가 이 소설이 주는 가장 인상적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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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이인 남녀는 같은 꿈을 꾸고
서로에게 기묘한 공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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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남자가 얘기할 때 그녀는 자신이 얘기를 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조금도 이상하다는 생각 없이
듣고 있었다. 자신의 얘기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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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가 생략된 관계는 불륜을 암시하고,
잠시 위안을 얻는 듯하지만 여자는 다시
불쾌감을 느끼며 고독 속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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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쉐는 특정 인물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가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외로움과 공허, 불안, 그리고 파괴적인
감정들이 얼마나 보편적인지 조용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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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항상 배를 두드리며 장난스럽게 말하곤 했다.
"이 안에 갈대가 자라고 있어요."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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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채식주의자』처럼 불편하지만
강렬한 문학을 좋아한다면,
찬쉐의 세계는 꽤 매혹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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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난 뒤,
어느새 다시 첫 장을 펼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 독특한 세계는 한 번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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