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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지와 광기
야콥 하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날 채식주의자의 사회가 되어버린 세상.육식이란 동물 학대와 혐오의 대상이 된다.소설은 채식주의자를 살해한 혐의로 취조받고 있는 주인공이 자신의 억울함과 광기 어린 육식예찬론을 펼치고 있다."처음에 저는 그러다 말겠거니 했어요. 얼마 있으면 다른 유행이 오고, 사람들은 전처럼 다시 고기를 먹을 거라고요. 어느 날 둘러보니 고기를 먹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시대가 달라진 거죠."(P.11)마트의 정육코너는 유해 시설이 되고 미성년자의 출입이 금지되었다. 수십 년째 이어오던 동네의 정육점도 유기농 상점과 채소가게, 생과일주스, 공정무역 커피를 파는 가게들 틈에서 사라졌다.언제나 대열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온 주인공은 그저 혼란스럽다.동료들과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늘 먹던 거위 요리를 주문했다."저기, 아직도 고기 먹어요?"동료들의 반응은 순식간에 싸늘하고 분노에 차올랐다."압박과 강제, 그렇게 저는 채식주의자가 되었습니다."(P.27)강제로 채식주의자가 돼야만 했던 주인공은 어떻게든 대세에 합류하려 노력해 보지만, 그럴수록 육식에 대한 집착은 늘어가고 금육은 점차 육식 예찬론자의 광기로 변해간다. 악마에게 그림자가 없듯이 채식주의의 그늘진 면 같은 건 없습니다.채식주의는 밤이고, 그 자체가 어둠이란 말입니다.(P.87)기괴하고 적나라하며, 극단적이기까지 한 이 소설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뭘까. 대세에 합류하지 못한 자,대세의 대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사회적 질타를 받고 도덕적 심판대에오르는 일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취향이 모이면 집단이 되고 집단은 돈벌이의 수단이 되거나 종교화 되기도한다. 마치 사이비 광신도들의 광기와 폭력성의 이야기 같은 이 소설이 남긴 찝찝함은 아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어떤 대세의 세상에서 살게 될지무서워진다. 여전히 나는 대세에 완벽히융화되지 못하는 사람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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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채식주의자가 피 흘리며 누운 모습을 보고 있자니 혼란스럽고 기분이 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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