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CEO - 세계 최고 헤드헌팅기업 CEO가 말하는 그들의 모든것
케빈 켈리 지음, 이건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하루 중 출퇴근으로 한두 시간이상을 길에서 소모하는 직장인들에게, 특히 차와 사람들로 혼잡한 출퇴근시간 자가용뿐만 아니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까지도 여유로운 미소를 선물할 수 있는 단어는 바로 도로 위 전광판에 적힌 녹색의 “소통원활”이라는 글씨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평소보다 이른 시간이나 조금은 늦은 시간인 아니라면 평소 러시아워시간에 어쩔 수 없이 볼 수밖에 없는 전광판에 글씨들은 황색의 “지체”나 적색의 “정체”다. 이렇듯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경험하는 순조롭지 못한 일상의 단면은 누구를 나무랄 수 없기에 그저 체념 속에 묻어두기로 한다. 그러나 출퇴근시간에 겪는 고충을 넘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과 가정 등 자신과 연관된 인간관계에서 도로 전광판의 “지체” 또는 “정체”와 같은 상황을 맞이할 때는 도로위의 초조함에 비할 수 없는 힘겨운 자괴감 내지는 우울증에 까지도 자신을 몰아갈지도 모른다.

네비게이션이 보편화된 요즘 우리는 단지 편리함에 몸을 맡긴 탓에 이제는 알던 길마저도 네비게이션의 안내 멘트 없이 지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더욱이 뜻하지 않은 출퇴근시간의 지체와 정체 상황에서도 네비게이션의 방향 지시에 몸을 맡긴 채 발만 동동 구르기를 반복할 뿐이다. 나름 느긋한 마음을 먹고는 ‘못 견딘 것도 없지!’ 라며 나름 자위 하듯 인내심 발휘로 어깨를 들썩일 수도 있겠지만, 출발하며 교통정보를 전하는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거나, 네비게이션이 꼭꼭 숨겨 두기만하고 알려주지 않던 샛길을 미리 알아두었더라면 길 위에서 불필요한 시간 허비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은 왜 못했던 걸까? 이렇게 느긋하면서도 비효율적인 일상의 습관에도 만족하는 것은 편리함에 집착한 나머지 상황에 대처하는 생각과 행동의 유연성마저도 남이나 기계의 편리함에 내맡긴 탓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사장과 직원의 관계를 가리켜 상하관계라 일컫는다. 요즘은 사장이라는 말보다는 오히려 'CEO' 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위 주식회사의 주인은 누구일까? 예전의 생각대로라면 당연히 사장이 주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그 아래 직원들은 단지 고용된 일꾼으로 여긴다. 과연 그럴까? 물론 회사설립 멤버로서 회사를 이끌어 온 CEO라면 회사 지분을 꽤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대주주로서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겠지만, 요즘 대기업 CEO들의 대부분은 직원과 별반 다름없이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를 통해서 선발된 우수한 사원에 불과한 셈이기도 하다. 물론 CEO는 오랜 사회경력과 능력을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아 고용된 최고의 인력이다. 따라서 막대한 책임과 권력 또한 갖게 된다. 이에 최근에는 유수의 대기업들은 최상의 조건 등을 제시하며 헤드헌트 회사를 통해 유능한 CEO를 끌어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유능한 CEO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도 막대한 조직을 이끌 수 있다는 얘기인가? 대답은 물론 아니다. CEO는 단지 배의 선장과 같은 역할을 할 뿐이다. 그러나 배는 선장의 한 마디에 거친 바다위의 항해를 순조롭고 효과적으로 마칠 수 있게도 하고, 배의 방향을 산으로 돌릴 수도 있다.

<벌거벗은 CEO>에서 우리는 그동안 세계화로 보다 험난해진 기업 간의 경쟁이라는 바다 위 거친 폭풍과 파도를 이겨내고 순조롭게 항해를 이어갈 수 있는 CEO들의 자질과 그들의 생활 속 이면들을 만나게 된다. 언 듯 보기에 거액의 연봉과 함께 주어지는 강력한 권력의 소유로 화려한 듯한 CEO라는 지위, <벌거벗은 CEO>에서는 어쩌면 그 마치 화려한 백조의 숨 가쁜 물밑 발길질과 같이 끊임없는 변화에 순응해 조직을 이끌기 위해 감내해 가며, 키워야할 성공의 마인드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성공의 마인드를 키우는 방법은 여타의 경영지침서에서 말하고 있는 것들과 별반 다를 것을 없다. 가장 중요한 발견은 바로 “소통”이다.

수많은 길이 연결된 도로위의 차들의 원활한 소통만큼 수많은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시작돼 고객으로까지 이어지는 모든 상품들은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질 때 보다 큰 가치를 발하게 된다. 그 시작점에서 임시 집사로서의 성실한 CEO의 모습은 원활한 소통의 물고를 트는 셈이기도 하다. 따라서 CEO를 준비하고, 취임을 거쳐 리더십과 전략 수립, 실행과정에서의 시도와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모든 도전, 은퇴 후의 삶까지 이어진 관계의 실타래를 순조롭게 풀어가는 위한 소통의 노력이 가장 선행되고,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비록 <벌거벗은 CEO>에서는 CEO의 덕목들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나열하고 있지만, 이들은 또한 반대로 해석할 때 CEO들과 반목하지 않고 동일한 목표를 향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주변인의 자세를 말한다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CEO와 미래의 CEO를 꿈꾸는 이들, 그리고 그들과 손잡고 일할 모든 이들의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 줄 변화를 이끄는 길잡이가 되어 줄 거라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