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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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지난 자신의 살아온 삶을 돌이켜 현재 자신의 사실적인 모습에 대한 객관적인 의견을 듣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것은 중요한 일을 선택해야하는 순간에서 더욱 절실하게 느껴지곤 한다. 사회가 그러하듯 개개인의 삶 또한 과거의 수많은 생각과 행동의 궤적을 따라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으며, 그 모습은 곧 미래의 모습으로 연결되니까 말이다.

 

저자 김훈의 지난 에세이집 <바다의 기별>을 통해서 나는 사실과 의견의 혼돈으로 사회 전반에 깊숙이 뿌리내린 모순들을 들여다 본 것이 기억난다. 그것은 단순히 비뚤어졌다고만 여겨왔던 눈에 펼쳐진 세상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처방전처럼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세상 안에서 자연스럽게 길들여진 나의 사유에 대한 반성이기도 했다.

 

<공무도하>속에서 우리는 인간들 사이에 벌어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사실들을 접한다. 하지만 그 사실은 또 자연스럽게 비굴한 힘의 의견에 묻혀버리기 일쑤다. 그 사실들을 눈과 귀로 접하는 경찰과 공무원들에 의해서 한 번, 그 사실들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 기자와 편집장의 손끝에서 한 번, 그리고 그 사실을 전해들은 대중들의 비뚤어진 의식 속에서 한 번 더 때 묻은 의견이 더해져서 전혀 다른 사실로 변질된다. 이렇듯 우리는 사실과 의견이 엇갈린 세상에 길들여졌으며, 꾸준히 반복 학습까지 더해진다. 더 이상 비굴한 힘의 의견을 비판하는 이의 목소리는 허공을 맴돌 뿐이다.

 

<공무도하>속에서 만난 사회의 풍경들은 다른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세종시 이전문제 와 4대강 사업추진, 노사정의 갈등 등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힘의 의견에 지배되고 있음 보여주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내가 세상 사람들이 다 알만한 유명인이 되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유명세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자부심은 있겠지만, 어쩌면 집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세상 사람들의 눈은 바로 경우에 따라서 자신을 단속할 수 있는 CCTV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CCTV 사실을 보여줄 뿐 왜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을 거친 CCTV 는 때로 가해자를 피해자로 만들 수 도 있고 피해자 또한 가해자로 만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단적인 예들에 비추어 사실과 빗나간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여기며 살기에 우리의 인생과 삶은 너무나 짧고,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각자의 소중한 삶에 행복이라는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서 우리는 앞으로 좀 더 의견에 닫쳐진 사실들에 대해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그 사실들이 사실로써 존재할 수 있도록 이기적인 의견을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말을 통해서 김훈 역시 <공무도하>를 통해서 비루한 사회상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허탈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비루한 사회모습에 대한 관찰과 반성을 통해서 이 사회의 모든 사실이 진정한 사실로써 빛나고, 그에 따른 의견은 의견대로 사실과 조화를 이루는 세상을 기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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