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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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장편소설 “11분”을 읽으면서 내내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 중 한 순간은 바로 초등학교 5~6학년 때쯤의 기억이다. 이성에 대해서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단지 남녀를 다른 생식기로 구분하던 인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면서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올라서는 것이기도 하다. 이때 단지 이성에 대해서 눈을 뜬 것 뿐만 아니라 자위라는 것에 대해서도 친한 친구의 말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요즘은 여러 매체를 통해서 일찍부터 性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되기 때문에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성교육을 시작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인들에게 있어 性은 오래된 문화관념 때문에 소통의 장 안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못된다. 뭐 예전에 비하면 많이 요즘 젊은이들은 개방적인 性의식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내가 보는 시각으로는 그건 단지 요즘의 세대들은 상품화된 다양한 性에 노출되어, 내면에서 키워야 할 가치관은 찾지 못한 채 性의 노예로만 전락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 이유는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서도 찾을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 누구도 性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해보지 않은데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물론 性이라는 것이 본능과 깊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굉장한 자제력을 要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정신수양을 통해서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갖기 위해서 자제력을 키우면 되는 것일까? 아니다. 자제력이란 종국적으로 행동을 통해서 나타나는 결과물이 될 수 있고, 코엘료의 소설 “11분” 에서는 자제력을 길러가는 힘은 욕망을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꼈다. 그러한 의미는 책속의 이러한 구절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진정한 자유를 경험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소유하지 않은 채 가지는 것.”

어떻게 보면 쉬운 듯 보이지만 어려운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소설 속 주인공 마리아는 꿈을 찾아 떠난 낯선 외국에서 몸을 파는 일을 하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내면의 빛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자유롭게 만드는 것은 주머니를 채워주는 돈이 전부가 아니며, 남녀 간의 사랑에 이은 결혼을 통한 가정생활에 있어서도 꼭 서로의 성적인 욕구를 채워서만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늘 존중하며 이해해줄 수 마음을 얻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맘속에서 잠시만 방심해도 쑥쑥 자라는 욕망의 뿌리를 하나씩 뽑아버려야 하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는 조금은 거친 마리아의 경험을 바탕으로 욕망의 뿌리들을 밟아간다. 하지만, 그려진 그녀의 거친 삶속에 녹아있는 생각들은 누구나 공통적으로 머릿속에 한 번쯤 그려보는 것들이고, 비슷한 생각들을 주변사람들로 하여금 엿보았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그 생활 속에서 그가 마음을 컨트롤해가며 가졌던 생각들을 천천히 받아들여 정리해보면 어느새 자신도 마리아가 경험하게 되는 진정한 자유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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