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 안진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 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공황위기는 여전히 유효한 상태로 불황의 끊임없는 파도로 이어져 기업의 도산에 이은 실업률 증가, 특히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한국에서는 30만 명이 넘는 영세자영업자들 폐업으로 수입원을 잃게 되었다고 한다. 2008년 연말의 상황에 비해서 환율 등 금융시스템은 비교적 정상적인 분위기로 흐르고 있지만, 시장의 흐름은 냉랭하기만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속적인 불황을 정책입안자가 아닌 정책을 받아들이는 서민의 입장에서 슬기롭게 견디며 극복할 수 있는 열쇠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사실 이 물음에 정확한 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한국은 최근 북한의 핵위협과 같은 지정학적 위치가 주는 불안정요소까지 더해져 있기 때문에 세계의 경제기조에 제대로 편승하기도 쉽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그리고 아직도 더 큰 공황과 깊은 불황의 늪으로 세계를 밀어 넣을 수 있는 요소들이 완전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있다. 그것은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해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뿐만 아니라 경제위기를 부추기는 가장 강력한 힘을 대중들의 심리적 위축이 유발되는 휩쓸림 현상에서 찾아볼 수 있고, 때론 해결방법으로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휩쓸려도 조금 알고 휩쓸리는 것과 전혀 아무것도 모르고 휩쓸리는 것에는 차이가 있는 법이다. 흐름에 동참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적인 판단은 금전적인 수익과 더불어 손실가능성도 상존하는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결국 우리가 불황을 견뎌내고 극복하기 위한 원동력은 상황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신중함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최근 경제위기와 불황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신중함을 키우기 위해 조언을 얻고자 선택한 책은 바로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이 저술한 <불황의 경제학>이다. 책의 시작에서부터 필자는 보통사람들이 경제의 원리를 지나치게 어려운 공식과 용어에 집착하다보면 본질에 들어가기도 전에 포기하게 되기 때문에 쉬운 접근을 당부하며 자본의 수급원리를 품앗이 계념으로 외출 시 아이들을 맡기고 맡아주는 ‘베이비시팅 협동조합’의 운영원리를 통해서 설명한다. 지금의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이해하기에 앞서 필자는 1990년대 아시아 주요개발도상국들의 금융위기의 원인과 해결과정, “데킬라 위기”라 불리는 멕시코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환율정책에서 야기된 위기 상황이 가져다 준 교훈, 그리고 “성장후퇴”, “성장불황” 이라는 경제신조어를 낳은 일본의 길고 긴 불황상황을 가져다 준 원인과 정책추진과정에 대한 분석을 다루었다. 어지간한 나라의 경제적인 기반을 좌지우지 흔들고도 남는 자본의 힘을 갖고 있는 “헤지펀드” 와 이번 경제위기의 핵으로 등장한 “그림자 금융” 의 실체에 대해서도 집어준다. 

 그렇다면 폴 크루그먼이 제시하는 불황의 경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한 것은 무엇일까? 책에서는 두 가지로 답하고 있다. 물론 국가의 경제정책을 입안해서 운영하는 정책입안자들이 행해야 할 일과 정책과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동참하게 될 국민들이 해야 할 일로 나누어 말이다. 정책입안자의 몫으로 제시한 방법은 최대한 신용경색완화와 소비지원 정책을 확대해 나가라는 요구였고, 국민들에게 다음과 같은 한마디에 담긴 깊이 있는 사고를 전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 즉 어느 한 가지를 많이 가지려면 다른 한 가지를 적게 가져야 하며, 노력 없이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라는 쉬운 이치와 더불어 한 마디를 더한다. 불황의 경제학은 공짜점심이 있는 상황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도 사용하지 않는 공짜자원에 손을 대기 위해서 무엇보다 “이해” 가 필요함을 주지한다. 현 세계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으로 “세계의 번영을 막는 구조적 장애물은 바로 끝없이 인간의 정신을 교란시키는 낡은 원칙들뿐이라고 나는 믿는다.” (p.237) 라며 단언한다. 이는 분명 꾸준히 보완해가며 변화의 틀을 구축해가야 함에도 기득권자들의 뿌리박힌 욕망들이 가로막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한다.

 사람들은 다른 어떤 문제보다 경제적인 활동으로 가져오는 금전적인 득과 실에 있어서만큼 성급하다. 당장 자신의 손실을 두 눈 뜨고 보겠다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보통의 판단을 요하는 상황에서도 그렇겠지만 사실 위기상황에서는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 함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분위기에 휩쓸려 행동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나또한 경제를 보다 큰 틀(거시적)로 바라보고 그 흐름에 편승해서 움직여야 했음에도 늘 미시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려 했기 때문에 불황이후에 분명 도래하는 호황을 호황답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울이는 경제 상황에 대한 이해와 신중함은 곧 도래할 호황을 남보다 일찍 경험하고 선점할 수 있는 초석의 준비와 같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이해와 신중함을 키우는 일에 모두가 동참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불황의 그림자 위에 빛나고 있을 희망의 태양빛을 상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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