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귀신 동문선 문예신서 34
무라야마 지쥰 지음, 김희경 옮김 / 동문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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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젊은 세대들은 귀신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떠올릴까? 예전의 동양적인 귀신보다는 뱀파이어 등과 같은 서양 악귀들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귀신하면 어렸을 적 화장실에 가는 일까지 공포스럽게 만들었던 “전설의 고향”이 떠오른다. 여기에는 한국의 전형적인 옛 풍습들도 담겨 있기에 최근에 좀 더 현대적으로 리메이크 된 “전설의 고향”도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귀신, 존재를 믿으며 봤다는 사람도 있고, 아직도 그런 미신을 믿느냐는 사람들도 있고, 귀신의 존재에 대한 찬반론은 여전히 혼재하지만,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귀신의 존재를 마치 신앙처럼 받아들였던 것만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명맥은 오늘에도 이어진다. 그 대표적인 명맥은 아마도 신내림을 통해서 신 즉 귀신과 교감을 할 수 있다는 무당과 같은 무속인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역시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되기 때문에 귀신의 속성도 천차만별인 것 같다. 애기귀신에서 장군귀신에 이르기까지. 일단 나 역시 귀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찬성을 택한다.

 내가 책으로 만나 본, 일본인 무라야마 지쥰이 저술한 책 <조선의 귀신>은 마치 귀신의 백과사전처럼 조선시대 뿐만 아니라 그 이전시대부터 전해내려 온 전설이나 설화속의 귀신에서부터 민간인들 입담 속에 살아있는 귀신들까지 정말 상세한 조사를 바탕으로 기술하고 있다. 비록 이 책의 목적은 일본 식민사관의 일환인 우리 민족의 역사 말살 정책 중 하나였다고는 하나,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에게 소중한 증언적 사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제1편 귀신편 에서는 귀신의 역사를 나열해 놓듯 고래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귀신들뿐만 아니라 구전되는 귀신에 이르기까지 귀신의 선악과 음양, 저주, 주거지, 생성 등 한마디로 우리 역사와 문화에 뿌리 박혀있는 귀신들을 총망라하여 기술하고 있으며, 제2편 양귀편 에서는 좋은 귀신이야 도움을 주어서 좋다고 하지만, 해가 될 수 있는 귀신, 그리고 귀신과 결부시켜 생각했던 각종 질병들에 대한 여러 퇴치 방법들을 담고 있다. 다분히 비현실적이고, 비의학적이고, 비과학적인 측면도 있지만, “말라리아에 걸렸을 때 소포에 붙인 낡은 우표를 떼낸 후 둥글고 작게 만들어 입안에 삼키면 전치한다” (p.366) “천연두가 유행할 때 개를 살해하여 그 생피를 문에 바르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 “난산일 때 남편의 하의나 허리띠를 산부의 배에 감아주면 순산한다. 또는 남편의 이름을 써서 태운 재를 마시면 순산한다” (p.367) 등과 같은 차력법(借力法)과 “소화불량에는 돼지똥을 먹이면 좋다”“사체에 생긴 구더기를 건조시켜 나환자에게 복용시키면 특효가 있다” (p.380)등의 음식법(飮食法), 그리고 음양법(陰陽法)과 각기 다른 귀신을 퇴치하기 위한 다양한 부적들은 우리 민족의 순수함과 슬기로움이 담겨진 문화의 한 단편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 지난 식민사관에 의해 현재의 역사에서 영원히 사라진 역사와 또 사라질 위기에서 다시 살아난 역사들을 우리는 요즘 다시 찾고 있다. 과학적인 증거 부재로 미신으로 치부할 수 있는 한민족의 귀신의 역사 또한 사라질 위기에 있어던 역사인 셈이다. 비록 우리 손으로 직접 조사해서 정리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다소의 의구심을 가질 수는 있지만, 오랫동안 폭넓게 한반도를 전역을 아우르며 조사한 자료들이기에 그 가치는 충분이 있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폭넓은 옛 문화체험의 시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를 바탕으로 우리 조상들의 얼이 살아 숨 쉬는 조선의 귀신을 우리들의 귀신으로 받아들여 나름의 좋은 문화로 발전시켜가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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