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1 - 하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스웨덴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의 나라임에도 왠지 머릿속엔 단지 백지 한 장만이 놓여있다. 소설<밀레니엄>은 그 하얀 공간에 독특한 색감으로 옷을 입힌다. 그럼으로 비록 귀에 익숙하지 않은 이름과 명칭으로 가득하지만 마치 내가 그 나라 안에 살고 있는 것처럼 나의 상상력에도 옷을 입혀간다. 미스터리 혹은 스릴러 소설의 극치는 색다른 예측불허의 반전을 통해서 독자들을 전율케 한다. 소설<밀레니엄>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반전은 바로 반전을 예측하고 있는 기대감에 허를 찌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어떠한 큰 화제 없이도 독자들의 오감을 집중하게 하는 힘이 바로 그것이다.

 여든두 번째 생일날에도 어김없이 발신인 불명의 압화 액자가 배달된다. 오늘로서 마흔네 번째 꽃이 된 셈이다. 이렇게 소설은 시작된다.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책 제목과 같은 월간 ‘밀레니엄’ 의 경제전문기자이자 주요주주이다. 그는 작성한 기사로 인한 베네르스트룀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가 유죄로 판결되어 ‘슈퍼 블롬크비스트’ 라는 별명을 한동안 듣기 힘들게 된다. 자신의 유죄판결로 월간 ‘밀레니엄’ 마저 광고 격감으로 위기를 맞고 있어, 잠시 편집주간자리를 내놓고 베네르스크룀에 대한 복수의 날을 세우기 위해 다짐을 한다. 이때 헨리크 반예르의 뜻하지 않은 제안으로 헤데뷔마을에서의 생활이 시작되고, 반예르가의 복잡한 현재진행형인 가족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등장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40여년전 실종되어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하리에트 반예르의 실종 또는 살해에 대한 다른 단서를 찾기 위한 미스터리의 여행은 계속된다.

 무엇보다 책속에 인쇄된 것 외에 반예르 가계도와 헤데뷔 마을의 약도, 그리고 간략하게 주요 등장인물들을 적혀 있는 붉은색 쪽지를 발견하고 이채롭다고 느꼈다. 이건 분명 생각보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간의 관계의 복잡성에 대한 예견이었던 것이다. 그 예상을 그대로 적중, 5대에 걸친 반예르 가문의 치밀한 구성의 이야기들은 가히 필자의 상상력을 짐작케 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 중간에 스웨덴이란 나라가 갖고 있는 제도적 모순점이나 문제점들을 이야기를 통해서 드러내 보여줌으로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더불어 마치 자국민들에게 강한 자성과 비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했다. 가령스웨덴 여성의 18퍼센트는 살면서 남성의 위협을 한 번 이상 받은 적이 있다.”(p.15) 로 시작해 “성폭행을 당한 스웨덴 여성 중 92퍼센트가 고소를 하지 않았다.”(p.175)로 마무리 되는 이야기의 마디마디에 볼 수 있었던 스웨덴 여성의 학대와 성폭행의 실태를 고발하는 메시지 또한 그러한 의식의 표명중 하나로 보였다. 스웨덴이라는 나라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보편적인 생각으로 이해하는 정도에 그치긴 했지만, “자기 보존 본능의 결여상태” 나 “내향적”, “사회성 결여”, “공감 능력 부족”, “자기중심적”, “정신병적, 비사회적 행동”, “협조 능력 및 학습 능력 부족”등의 단정적인 어휘들에 내몰려 리스베트 실란데르가 겪게 되는 후견인제도나 사회적 판단의 모순은 사회복지나 교육정책이 아직까지 취약한 우리의 현실속에서 시사하는 바를 느낄 수 있었다. 소설의 제목 ‘밀레니엄’이란 단어의 의미는 왠지 저자의 무한한 상상력으로 다가올 새천년동안 소설에 지평을 열겠다는 열정과 열망이 담겨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낳게 했다. 그러한 열정과 열망이 무색하게 애초의 계획한 10부중 3부만을 남기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지만, 이 3부를 통해서 그 열정과 열망을 이어갈 독자들과 다른 작가들에게까지 정신적 혼을 불어 넣어 주기에는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