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는 다르지 않다 인물로 읽는 한국사 (김영사) 5
이이화 지음 / 김영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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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주변사람들에 대한 판단의 기준으로 삼게 되는 것은 남의 말이나 평(評)이다. 자신이 정말 그 사람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심리학에서 말하는 소위 ‘사회성의 법칙’에 이끌려 다수의 생각이 맞을거 라는 생각에 남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게 되고 스스로도 그 사람에 판단을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그로 인해서 생기는 판단의 오류가 바로 편견이 될 수도 있다. 학창시절 우리는 우리나라의 5천년이 넘는 긴 역사를 책 한 두권의 짧은 요점으로 배우고 받아들인다. 비록 역사교육을 담당한 선생님들의 좀 더 상세한 설명이 덧붙여지긴 하겠지만, 결국 요약에 집중되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미 역사서 안에 그 사건과 인물에 대한 시대적인 판단까지도 같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역사적이 사건이나 인물들에 대한 재조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아무래도 TV에서 방영하는 사극이나 영화의 역할이 크다 할 수 있다. 때론 시청률과 흥행을 고려한 흥미위주의 픽션으로 역사를 지나치게 훼손시켜 전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낳긴 하지만 역사를 공부하거나,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물음표를 던져줌으로써 역사에 대한 시각과 판단의 기준을 넓혀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책<진리는 다르지 않다>도 우리에게 역사의 한 단면에 대한 혜안의 깊이를 더해주는 책이다.

<진리는 다르지 않다>에서 다룬 역사는 삼국시대의 종교의 대중화를 이끌고, 국난의 현장에서 몸소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장에 나선 불교, 초월의 사상으로 늘 핍박받는 민중들에게 위안의 메시지를 전한 도교, 근대로의 불을 밝혀준 천주교과 기독교, 개화기 구국의 길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횃불을 서슴없이 쥐고 앞장섰던 민족종교의 중심에서 때로는 민중과 나라를 위한 진정한 진리의 불꽃을 밝힌 종교가들에 대한 역사이다.
책에 열거된 종교가들은 우리가 역사교육 등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는 낯익은 이름들이다. 그래서 책에서는 잘 알고 있는 행적과 더불어 좀 더 깊은 이면의 시각으로도 조명을 해 보고 있다. 왜냐하면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역사속의 인물에 대한 판단은 시대의 다름에 따라 또 다르게 해석이 되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한양 천도를 둘러싼 이성계, 정도전, 무학, 이방원의 갈등관계속에서 음모를 위한 이미지조작등이 있었음은 후대 사람들로 하여금 커다란 궁금증을 자아내고, 인물에 대한 판단을 쉽사리 하기가 어렵다. 이책이 그러한 판단에 큰 잣대를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심층적인 접근을 한 것 만은 사실이다. 결국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진리는 다르지 않다>를 읽다보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이 적어도 그 종교의 시작과 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긴 분들이기에 그들의 행적과 그에 담긴 일화들을 보는 것만으로 지난 우리의 역사속에 함께 했던 각종교들의 태동과 더불어 변화상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
저자 이이화님의 약력이 보여주듯 마지막장 ‘구국의 길에 횃불을 밝힌 민족종교’ 편은 근대사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좀 더 상세히 설명이 가미되어 있어, 다소 관심이 미흡했던 민족종교의 살아있는 이면을 여실히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진리는 다르지 않다>라는 좀 색다른 책의 제목을 접하고, 이 책을 통해서 ‘종교 지도자들이 구도한 삶의 발자취를 통해서 진정 전하려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자문을 던지며 궁금했는데, 이런 나의 질문에 ‘종교가 대중들에게 진정 갖는 의미’ 란 결국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감흥을 던져준 분의 이야기에서 오래도록 책장이 머물렀다. 무교회주의와 민족신앙의 얼을 밝힌 김교신과 종파와 교파의 테두리에 갇혀 있는 종교계의 현실에 비수를 던진 함석헌이야 말로 진정한 진리를 추구하는 종교가의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 중 함석헌의 “종교는 하나다” “이단이란 없다. 누구를 이단이라고 하는 맘이 바로 이단이며 유일의 이단일 것이다” 선언과 함께 싣고 있는 ‘대선언’이라는 詩이다.

“내 즐겨 이단자가 되리라. 비웃는다 겁낼 줄 아느냐 못될까 걱정이로다. 기독교는 위대하다. 그러나 참은 보다 더 위대하다. 참을 위해 교회에 죽으리라. 교회당 탑 밑에 내 뼈다귀는 혹 있으리라. 그러나 내 영은 결단코 거기 갇힐 수 없느니라” (p.184)

아마도 모든 종교지도자들의 생각이 이 詩구절과 같았더라면 좀 더 각종교의 부흥과 더불어 대중들에게 추앙받고 스스로도 제대로 된 진리를 위한 구도의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한다. 책에서 강증산이 주장한 이 세계의 시대를 선천(先天)-말세-후천(後天)으로 분리했던 것이 문득 떠오른다. 이제는 지난 과거를 말세로 구분하고 영원한 선경(仙境)의 후천(後天)을 향한 민중과 호흡하는 종교만이 세상과 어우러져 훌륭한 뒷사람의 길잡이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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