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윤영무 지음 / 브리즈(토네이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의 경제공황사태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10년전 IMF외환위기 때보다 더한 폭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10년이란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동안의 사회와 가정의 변화는 대한민국의 남자들의 강한 자존심을 자포자기로 내몰았다. 10년 전부터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져가면서 회사는 오륙도, 사오정, 38선등의 신조어들로 의기소침해친 남자들의 등을 떠민다. 이렇게 가정으로 회귀한 가장들과 사회에 연착중인 청년들을 아내와 자식들의 따뜻한 격려 맞이해 줬으면 좋으련만, 격려대신 매일같이 그렇지 않아도 차갑게 느껴지는 밥공기에 잔소리로 모래알을 섞고, 앉아 있는 자리를 온통 가시밭으로 만든다. 결국 가정에서도 경제적인 이유를 붙여 이혼으로 시작된 가정파탄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또 다시 내몬다.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갈 곳이 없다. 이제 갈 수 있는 곳은 어느덧 어머니배속과 같은 편안함을 줄 것이란 착각 섞인 기대가 서려있는 한강주변 다리들의 난간위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남자로 살고 있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씁쓸함과 허무함은 공포감이 되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누가 왜 이렇게 대한민국의 남자들을 괴롭히는 것인가...? 결국 갈 곳은 한강다리 밖에 없다는 것인가...? 결국 이에 대한 뚜렷한 해답 또한 IMF보다 처절한 경제사정에 맞물려 희망의 빛은 사그라져만 가고 있다. 이렇게 고요한 어둠을 향해 사그라져만 가는 빛에 다시금 희망의 작은 불씨와 더불어 충만한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는 것이 바로 책<대한민국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무엇보다 읽으면서 이 책은 대한민국의 남자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대한민국의 남자들과 함께 이마를 맞대고 호흡하면 살아가고 있는 아내와 자식들이 읽고 남편과 아버지에게 사랑이 담긴 격려의 한마디를 전함으로써 더 큰 희망의 용기와 자신감를 심어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1부 ‘대한민국의 남자로 살아가기’ 에서는 비록 전체는 아닐지라도,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동감하며, 고민하는 현실의 회사와 가정에서 겪는 일상의 고통들을 나열해 놓고 있다. 늘 자신의 비참함을 들어내지 않으려 가슴으로 울면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남자, 아내의 의미없는 ‘공기’와 같은 존재로 전락해 버린 남자, 어느 덧 가부장적 의식의 최종적인 피해자로 남게 된 남자, 눈물을 흘릴 수 없어 술로 울어야 하는 남자, 이 모든 대한민국의 남자들이 단 하루만이라도 대접받고 싶은 지극히 소박한 바램을 가슴속에 묻고 살아가는 우리사회와 회사의 일원이며, 가정의 가장들이고, 아들들이다. 위에 열거한 남자들은 다름 아닌 내 자신의 그림자로 다가왔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해법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을 등진 회사와 아내와 자식들에게 반감으로 대처한다면 끝없는 파국만이 기다리겠지만, 다시금 자신을 추스려 작을 지혜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이들 모두에게 당당한 남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희망을 향한 지혜를 담은 지침서가 2부에 덧붙여져 있다.
 2부 ‘남자들, 새로운 삶의 문을 두드리다’ 에서는 1부의 사회와 가정에서 받는 괴로움과 고통의 굴레에서 당당히 일어서 새로운 삶의 불을 밝히기 위한 희망의 메시지들이 담겨 있다. 일상으로부터의 외도로 느낄 수 있는 인생의 자신감,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담긴 깊은 父情의 전달, 자신만의 취미활동을 통한 즐거운 인생의 활로, 과거에 대한 집착을 버림으로 얻을 수 있는 무한의 상상력이 줄 수 있는 원대한 희망바이러스, 아내 즉 반려자를 통해서 갖고 있는 에너지를 배가 시켜가는 법등... 결국 대한민국의 남자들이 무엇으로 살아야할지에 대한 이정표를 그려준다. 그 중 두 아들에게 전하는 편지에서 한 구절이 공감하며 적어본다.

  “아들아, 아버지와 아들은 철길이다.
끝까지 하나가 될 수 없는 평행선이다.
그저 옆에서 너희들이 세상에 빛나길 기도한다.” (p.131)

지나친 기대나 관심이 아버지와 자식 둘을 망가뜨린다. 그저 평행한 철길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기도하는 것으로도 아버지와 자식은 빛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2부에서 다룬 저자의 생각들 중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이혼에 대해서 다소 절대적인 반대의사를 표한 점에 대해서 비록 이혼이란 것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도덕적 물의를 가져오는 부분도 있지만, 예전에 비해 개인주의 성향으로 치닫는 현실의 상황과 가치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단지 이혼을 막는 것만으로는 최선의 치료법은 못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누구에게도 자신의 삶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기는 힘든 시대다. 이제는 이혼도 때에 따라서는 남녀가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의 폭은 확장을 시켜야한다고 생각한다. 꼭 내 품안에서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이야말로 묵은 생각이며 이기주의의 소산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한민국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으며, 결국 대한민국의 남자들이, 그 중의 한사람인 내 자신이 힘든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하고 나름의 행복을 찾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이유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여러 차례 던져봤다. 그러던 중 내가 찾은 답은 이것이었다. 가끔 인터넷에 개인적이든 공적이든 글을 올리고, 누군가 내가 쓴 글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아서 자신이 받은 느낌을 댓글로 또 전한다. 이때 생각을 했다.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단지 그것을 읽고 공감 할 한사람을 위한 일로써 충분하다 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남자들 또한 자신의 지친 일상의 흔적들을 여기저기에 남김은, 자신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며 사랑해 줄 단 한사람이 있고, 그 사람을 위해서 한 몸 바쳐 살아갈 수 있다면 더 이상의 이유는 필요없을거라 생각해 본다.

대한민국 남자들이여!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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