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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각시 ㅣ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5
김용철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09년 4월
평점 :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 비단이에요.
가끔씩 그런 이야기들이 있죠.
당연히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어떻게 됐더라... 곰곰 생각해봐도 결말이 아리송한 :D
아마 구전되는 옛이야기의 특성상 다양한 결말을 접하다보니 그런 걸 수도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우렁각시>도 다양한 버전의 엔딩이 존재한답니다.
그럼 [길벗어린이 옛이야기]에서 들려주는 <우렁각시> 이야기는 어떤 내용인지 읽어보기로 해요.
우렁각시
김용철 글.그림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268*239mm 40p 양장본
권장연령 4~8세
둔감한 편이라 처음 책을 읽을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사진을 찍으면서 배경색이 없다는 걸 깨달았네요.
동양화와 서양화의 차이 중 하나가 바로 이 여백의 미라고 하잖아요.
표지만 봐도 김용철 작가의 화풍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보면 볼수록 작가가 추구하는 그림이 어떤 그림인지 새삼 와닿습니다.
2010년도 네이버캐스트에서 김용철 작가를 소개하기를
'소리에 이미지를 더해 이야기의 세계를 확장한 작가'라고 평하고 있더군요.
김용철 작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한다'는 말의 의미가 분명해진다면서 말이에요.
어때요?
위의 삽화 두 장만 봐도 <우렁각시>의 이야기가 절로 떠오르지 않나요?
입말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라는 소리에 맞서지 않고 공존의 길을 선택한 작가의 그림이
작품을 정말 '그림책'답게 만들어 줍니다.
처음 우렁각시의 모습을 보았을땐 사실 좀 적응이 안되더군요 :D
그런데 곰곰 쳐다보니 고귀한 여인과 평범한 남자와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우렁각시의 고귀함이 잘 드러나는 모습이 아닌가 싶더군요.
사실 뭐 이런건 이야기를 알고 있는 어른들이나 하는 소리고
우리 어린 독자들은 다양한 그림을 가감없이 접하며 받아들일 수 있겠죠.
우렁각시가 너무 예뻐 일하러 가지도 못하는 젊은이에게 우렁각시는 초상화를 그려줘 보냅니다.
그리고 그 초상화는 바람에 날려 임금님 손에 들어가게 되지요.
딱봐도 심술궂게 생긴 임금님의 모습이에요 :)
우렁각시를 손에 넣기 위해 임금님은 젊은이에게 누가 집을 빨리 짓나, 내기를 제안하고
우렁각시는 자신이 용왕의 딸임을 밝히며 요술북을 얻어오게 해요.
역시 집안에 일이 터지면 수습하는건 여자들의 몫이로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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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북을 세 번 치면 내기에 이길 거에요. 딱 세번만 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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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금기의 등장입니다.
금기는 깨지라고 등장하는거라고 우스개소리를 한 적도 있는데 역시 신이 난 젊은이는 북을 한 번 더 쳐버려요.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우렁각시는 임금님에게 잡혀가면서 또 젊은이에게 해결책을 일러줘요.
활쏘기 삼 년, 눈치 보기 삼 년, 뛰어넘기 삼 년, 합해서 구 년을 배우고 찾으러 오라고 하죠.
잡혀가는 와중에도 젊은이를 걱정하는 우렁각시도 각시지만
막연히 우렁각시의 도움을 받아 임금님을 물리치기만 하는 수동적인 젊은이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의 실력을 길러 우렁각시를 구하러 오는 보다 능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우렁각시가 일러준 내용 중 눈치보기 삼 년은 왜 시키는걸까, 궁금했는데 요것도 다 쓸모가 있더군요 :D
삼 년 동안 활쏘기를 해 모은 새털옷을 입고 궁궐에 들어가 덩실덩실 춤을 추는 젊은이를 보며 우렁각시가 빙그레 웃어요.
이 모습을 본 왕이 젊은이의 새털옷을 빼앗아 입었죠.
이때 찡긋찡긋 우렁각시의 눈치를 보고 젊은이는 얼른 왕의 옷을 입고 임금님의 자리까지 뛰어넘어 앉을 수 있었어요.
금기를 어겨 위기에 처했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자신의 행복을 쟁취하는 모습이 훌륭합니다.
구비전승의 문학답게 해피엔딩과 새드엔딩을 동시에 간직하는 <우렁각시> 이야기.
그 중 김용철 작가는 작가의 어머니가 전해 주신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할머니가 손주를 무릎에 눕히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주는 듯한 입말이 살아 있는 내용이었어요.
요즘 열감기가 부쩍 유행이라더니 34개월 단이도 지금 일주일째 고열에 시달리다 회복중이에요.
밤마다 잠들기 전 <우렁각시> 이야기를 들으며 잠이 들었는데 실제 책을 만나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네요.
권장연령이 조금 높은 책이라 열광할 것 같진 않지만
우렁이가 사람으로 변한다든지 북을 치면 집이 만들어지는 마술같은 일들은
단이의 눈에도 무척 재밌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봅니다.
그럼 모두들 아이와 함께 즐거운 책읽기 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