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오아물 루 그림,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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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해에 읽을 마지막 책으로 어린 왕자를 선택한 이유는, 한 살이라도 더 먹기 전에 순수함을 한껏 느껴 보고 싶어서였다. 어렸을 때는 해가 지날수록 어른이 된다는 기쁨에 설렜던 것 같은데 어느 시점인가부터 마음속에 설렘보다 조바심이나 부담감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한 것 같다.

 

생텍쥐페리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여 열림원에서 다시 펴낸 고전 명서 어린 왕자가 더 의미 있는 점은 번역판 뒤에 프랑스어 원서가 함께 실려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어를 공부한 적이 없어 제대로 독해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원서라는 사실로도 이미 귀하고 소중한 언어이고, 아름다운 페이지다.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기 조종사가 어린 왕자를 만나면서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내밀한 감정을 색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어린 왕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어린 왕자를 대하는 느낌과 감상은 나이, 성별, 환경, 경험, 처해진 상황 등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어린 왕자존재 자체가 주는 순수함을 오롯이 느끼게 되는 건 독자들이 누릴 수 있는 공동의 특권이다.

 

나 또한 워낙 유명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대할 때면 연관되는 몇 개의 대표적인 이미지 중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외에는 특별히 떠오르는 내용이 없었다. 아마도 어린 시절에 이 책을 처음 읽고 느낀 그 때의 신선한 충격이 아직도 기억 한편에 남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지 한참이 지난 지금에 와서 어린 왕자를 다시 읽어보니, 노란 머리에 노란 머플러를 두른 어린 왕자의 파스텔 톤 일러스트, 여우와 함께 나누는 길들임에 대한 대화 등이 생경하게 되살아난다.

 

어린 왕자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사려 깊은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과 생명과 우주에 대한 통찰을 통해 따뜻한 시()와 같은 울림을 전해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린 왕자를 만났던 임금님, 허영꾼, 술꾼, 장사꾼, 점등원, 지리학자를 비롯해 작가와 전 세계의 수많은 독자들 모두가 이 한 가지 문장을 기억하며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증명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점 하나를 적어 넣으며, 서평을 마무리한다.

 

어린 왕자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 데에 운명 같은 역할을 한 것은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비행기 조종사 출신이었다는 것일까, 아니면 일곱 번째 찾아간 별이 지구였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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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센스 노벨
스티븐 리콕 지음, 허선영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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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리콕 작가의 단편 모음집이다. 처음 접해보는 작가이지만, 다수의 풍자문학으로 호평 받았고 사후 캐나다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스티븐 리콕 유머상이라는 수상제도까지 생겨났다고 하니 풍자와 유머 쪽에서는 이미 공증을 받은 셈이다. 표지에 그려진 알록달록한 서커스 그림과 더불어 이야기에 북미식 유머코드가 섞여있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다.

 

책은 총 여덟 가지의 짤막한 이야기들로 구성 됐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평범한 이야기인 듯 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전개가 진행되어 흥미롭고, 시쳇말로 아무말 대잔치인 듯한 내용 때문에 우리 정서에 코드가 맞나 싶다가도 엉뚱한 표현력과 풍자로 인해 어느새 묘하게 빠져들게 되는 신기한 매력을 가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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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어느 순진한 여인의 슬픔>에서는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지 등의 원초적이고 엉뚱한 의문을 품고 있는 순진한 여인 마리 머시너프의 일상과 생각을 시간의 순서대로 그려 나가는데 그 서술방식과 특이한 내용이 그동안에는 접해보지 못한 스타일이라 참으로 이색적이다. 산책길에 발견한 양배추와 달걀이 죽어 있어서 울었다는 묘사와 사람이 목에 이젤을 두르고 강물에 빠진다는 발상이 어디서 나왔는지 경이롭기까지 하다.

 

p.52

오늘은 산책길에 양배추 하나를 발견했다.

양배추를 들어 올려 보니 이미 죽어 있었다. 그 옆에는 달걀이 하나 있었다. 달걀도 죽어 있었다.

, 얼마나 울었던지.

 

p.68

지금은 목에 이젤을 두른 채 강물에 떠내려가던 오토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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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누가 범인일까?>는 제목이 말해주듯 미궁의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흥미를 유발한다. 불행한 죽음을 맞은 한 사교클럽 회원의 죽음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특징과 행위 묘사가 인상적이면서도 짜임새를 갖춘 스토리 구성이다.

 

p.142

메저디넘은 볼록했고, 바이노미엄에는 상당히 많은 군살이 있었으며, 프로시니엄은 활짝 열려 있었다며 비전문가는 알아들을 수 없는 늘어놓았다

 

6화에 서술되는 위의 대목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의학 용어들을 저자가 해학적으로 사용하였다고 옮긴이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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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에서 7<캐롤라인과 불사조 아기의 크리스마스>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남편이 교도소에 있기 때문에 결혼반지를 거리에 내던져버린 아내 캐롤라인은 자신의 아기까지도 버리려는 생각에 공원 벤치, 역 대기실의 선반, 호텔 데스크, 지하철 매표소 등 별별 곳에 아기를 두고 오지만 매번 누군가가 아기를 찾아주어 그녀의 품으로 돌아온다. 심지어 강에 던졌을 때는 가슴이 동요해 그녀 스스로 아기를 건져내 온다. 이런 상황을 불사조 아기라고 표현한 센스 자체가 작가식 유머의 진수를 보여준다. 교묘하게 얽혀있는 등장인물들의 관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p.194

, 아들들아. 이제부터 우리는 가늘고 길게 살자꾸나. 좋은 책에 이르기를 직선은 양 극점 사이에 반듯하게 놓인 선이다라고 하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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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지 않으면서도 진중한 내용의, 조금은 독특한 스타일의 소설을 원할 때 이 책을 선택하여 읽어 본다면 북미식(?) 유머가 선사하는 엉뚱하고 독특한 재미를 십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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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것들 - 잘난 척 인문학,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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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의(), (), ()와 관련한 모든 것들의 시작점에 대해 알려준다. 생활 속에서 한 번쯤은 가져보았던 의문이 풀리고 기본 상식도 쌓을 수 있는 재미있는 교양서다.

크게는 의, , 주로 분류되어 있지만 그 안에서 항목을 세밀하게 나누어 한 가지의 주제당 1~2페이지의 짤막한 분량으로 소개하며 간간이 삽화나 자료사진이 실려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책장이 빠르게 넘어간다. 그래서인지 내용이 머릿속에 잘 각인된다. 표제에 붙은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이라는 수식어가 제법 찰떡처럼 어울리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각 소재의 어원이나 기원, 유래, 역사에 대해 생각지도 못했던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기도 했고, 기존에 잘못 알고 있던 사실을 교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는데,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내용이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

역시 입는 것의 최초는 아담과 이브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이브가 몸 가리개로 사용했던 것이 무화과 잎이라는 것부터, 의복, 속옷, 모자, 신발 등 몸에 입고 걸치는 모든 것들과 장신구, 향수, 옷을 만드는 재봉틀과 세탁기의 탄생까지 최초의 역사를 따라간다.

 

(),

어떻게 생각해보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요소인 만큼 책에서 차지하는 분량도 가장 많다. 자연에서 수확할 수 있는 과일, 주식의 재료인 곡물을 재배하고 전파하게 된 배경부터 인스턴트 식품, , 주류, 향신료 등 인간이 먹는 모든 것들, 먹기 위해 필요한 저장고나 조리기구들까지 광활한 범위의 먹거리들에 얽힌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

부분에서는 우리가 살고 생활하는 공간과 문화에 대한 역사와 변천사를 소개한다. 아파트, 호텔, 동물원, 극장, 도서관 등 생활 속 모든 공간들과 집 안의 가구나 편의시설 등을 소재로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생활에 밀접한 요소들에 대해 인류가 시작된 최초의 시간, 또는 동서양에서의 시작,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에 적용된 사례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읽는 동안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굳이 몰라도 생활하는데 지장은 없지만,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이 책, <최초의 것들>은 쉽고 가볍게 읽히면서도 읽어두면 인생에 도움이 되는 책임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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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 유튜브 섬네일부터 스티커 제작까지! 기초부터 중급까지 실무 예제 총망라! 된다! 업무 능력 향상 200%
박길현.이연화 지음 / 이지스퍼블리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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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바로 되는 입문서라는 타이틀에서 신뢰도와 자신감이 상승한다. ‘된다!’ 시리즈는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 외에도 네이버 블로그&포스트, 실무엑셀, 파워포인트, 유튜브 영상 만들기까지 실생활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버전이 있다.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의 개념 정도는 알지만 직접 손으로 다뤄보지는 못한 왕초보의 입장에서 이 책으로 단기학습을 해본 결과 좋은 점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초보자가 배우기 쉽다.

상세한 설명과 구체적인 이미지 화면으로 쉽게 이해하고 따라할 수 있고, 용어나 기능을 잘 모르더라도 기본적인 설명을 덧붙여 이해를 도와준다. 친절하게 표시된 번호대로 차례차례 따라하다 보면 기능과 순서를 쉽게 익힐 수 있다. 기능별로 주어진 예제로 연습해볼 수 있다.

 

2. 다양한 학습 재료를 제공한다.

이론으로 학습한 내용을 직접 실습해볼 수 있도록 활용예시와 그에 해당하는 연습용 파일 등 자료를 충분히 제공한다. 글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동영상 강의로도 학습할 수 있도록 장마다 영상 연결 QR코드가 삽입되어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조성되어 있는 스터디룸을 이용해 질문이나 정보공유도 할 수 있다.

 

3. 유용한 활용팁을 제공한다.

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배울 수 있고, 프로그램을 어떤 상황에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인스타그램, 블로그, 페이스북, 유튜브 등) 어떤 기능과 파일 규격을 사용하는지 등의 맞춤 정보를 제공해준다. 무료 이미지나 글꼴을 얻는 방법 등도 기재되어 있어 실용적이고 유용하다.

 

4. 속성과정으로 빠르게 배울 수 있다.

별도의 연습 과정은 필요하겠지만 프로그램의 총체적인 내용과 활용법을 책 한 권으로 단기간에 익힐 수 있다.

 

SNS를 비롯해 각종 매체가 워낙 일상 생활과 밀접해진 요즘은 전문적인 용도가 아니더라도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가 많이 사용되고 있어 더욱 필요성을 느낀다. 이 책은 목차별 커리큘럼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순차적 진도에 따라 반복해서 학습한다면 외부 교육 없이도 충분한 가이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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灼熱
아키요시 리카코 / PHP硏究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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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도자기 접시가 바닥에 떨어져 깨지면서 산산조각 나는 장면으로 복선을 연출하면서 이 강렬한 소설은 시작된다. 접시를 떨어뜨린 아내를 걱정하며 세심하게 챙겨주는 자상한 남편 히데오는 환자를 직접 찾아가서 진료 해주는 방문 진료 의사다. 수 년 전 그는 다다토키라는 남자의 죽음에 연루되어 용의자로 지목을 받았다. 다다토키와 서로 사랑했던 그의 아내 사키코는 무혐의로 풀려난 그를 끝까지 의심한다.

그 누구도 그녀의 편에 서지 않았던 우울한 날들이 연속되자 사키코는 자살을 결심한다. 인터넷상에서 만난 사토 에리라는 낯선 여자와 동반 자살을 결심하지만 하늘은 죽는 것마저 그녀의 뜻대로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동시에 자살을 시도했지만 사키코는 살아남고 에리만 목숨을 잃게 된 그 순간, 히데오를 향한 증오와 다다토키를 위한 복수의 결심이 그녀의 내면에서 작열한다. 세상에서 없어진 에리의 존재를 빌려 히데오에게 접근하기로 마음 먹은 그녀는 에리와 같은 모습으로 성형수술을 해 히데오의 마음을 얻기로 계획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철천지원수를 사랑해야만 했던 그녀에게 닥친 얄궂은 운명의 장난은 바로 복수심마저 서서히 증발할 만큼 진심으로 그에게 빠져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반전이라 하기에는 이르다. 책장을 뒤로 넘길수록 더욱 숨 막히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전을 예측할 틈이 없도록 꼼꼼하고 철저하게 배치된 인물들의 설정과 숨이 멎을 듯한 사건 전개, 그것이 <작열>, 이 책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 단숨에 읽어버릴 수밖에 없던 이유다. 그러나 소설을 읽는 내 눈을 옥죄는 긴장감과 압력은 이야기가 절정에 치달을 때 충격적인 거듭 반전과 흩어진 퍼즐 조각들이 모여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꼭 들어맞게 되는 쾌감으로 인해 말끔히 보상 된다. 이야기의 흐름 안에서 치정, 복수, 욕망, 용서, 원망, 그리움, 감동 등 갖가지 감정들을 경험할 수 있는 스펙터클한 소설 <작열>에 누구라도 압도될 것이다.

 

 

p.148

증오하는 상대를 곁에 두고 충동을 억누르며 사랑하는 척해야 하는 건 지옥이나 다름없다.

결코 저물 리 없는 증오라는 태양에 온몸이 타들어 갔고 절망의 사막에 맨발이 달구어졌으며 분노의 화염이 몸속에서 이글이글 타올랐다.

하지만 나는 이 작열하는 지옥 속에서 악착같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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