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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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 가능성이 높거나, 여전히 가능성이 제로는 아닌 미래, 혹은 외계'를 다룬 SF라는 측면에서 '화성과 나'를 좋아한다. 종종 왜 판타지가 아닌지 의문이 드는 SF 작품이 있다. 소재와 시대, 공간을 제외하면 판타지와 SF가 크게 다르지 않다. 실험실에서 우연히 투명인간이 되는 것과 망토를 둘러입고 투명해진 해리포터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지만 나는 겨우 한 명의 독자에 불과해서 SF소설을 정의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배명훈 작가의 소설을 읽다보면 SF소설은 이런 것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배명훈 작가의 작품 중 좋아하는 소설을 쉽게 꼽을 수 있지만, 앞서 말한 이유로 '화성과 나'는 더욱 각별하다.

화성 이주, 테라포밍의 가능성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여전히 일론 머스크는 우주선을 발사하고 있다. 뭐, 화성이 목성보다는 더 가능성이 있지 않나. 지구 생태, 환경 문제와 결부시키면 또 가타 부타 말할 거리는 많겠지만 일단은 접어두자. 그냥 인간이 발을 딛고 사는 지구에서 한 발짝보다 조금 더 떼서 화성까지 생각의 반경을 넓혀보자. 그러면 기존의 시간 관념이 바뀌고, 국가를 구분짓는 경계가 바뀐다. 물론,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세계관이 지금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SF소설은 미래에서 도리어 지금 세계에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연작 소설이라서 가볍게 읽히지만, 구성은 탄탄하고 무겁다. 법 체계와 식문화, 소통의 문제, 지구와 정치적 관계 등 큼지막한 주제들을 가볍게 다룬다. 배명훈 작가의 다른 작품처럼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릴테지만, 결연한 의지의 인물들을 맘속 깊이 응원하게 될 것이다.

테드 창을 좋아하지만 겨우 단행본이 2권 뿐이다. 그렉 이건의 소설은 국내에 겨우 3권이 번역됐을 뿐이다. 하지만 괜찮다. 한국에는 배명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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