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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세상 - 김소월에서 김수영 그리고 최영미까지
김용찬 지음 / 이슈투데이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나에게 시란 정말 이해하기 힘든 문학 장르라는 생각이 앞설 정도로 낯설고 어렵고 때론 두렵기도 하다. 소설이나 수필, 아니면 사상서들은 그 내용이 이해가 되던 그렇지 않던 낱말과 어휘의 개별적인 의미는 그나마 쉽게 파악이 되는 편이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별로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시는 그렇지가 않다. 특히 절제된 어휘와 일상의 의미를 깨는 낱말등은 나를 무지의 자괴감에 빠지게 만든다.

어느 책에서 본적이 있는데 아마 문학작품과 독자사이의 코드에 관한 내용이었을 것이다. 그 책에서 시란 가장 고도의 기술로 완성된 가장 아름다운 문학이라고 정의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한 기억은 없지만 그런 내용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시란 나와같은 문학이방인에게는 저 멀리 가물거리는 무엇이었다.

김용찬 교수가 쓴 시로 읽는 세상이라는 책은 내가 처음 접한 시에 관한 해설서이다. 하지만 어렵다는 생각에 선뜻 책을 펴보지 못했었다. 책을 받고 며칠동안 책 뒷표지에 내가 알고 있는 시인을 손가락으로 곱아보며 정작 책을 읽기는 망설였다. 귀에 익은 시인의 이름이 몇몇 보이기는 했으나 그들이 쓴 시에 대해서는 무지했기 때문에 책을 읽기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잠 오지 않는 밤에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책이나 읽는 나의 버릇이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 작가당 한 편의 시와 그 시에 대한 지은이의 분석과 분석에 임하기전에 풀어놓는 다양한 읽을 꺼리들은 시에 대한 나의 거부감을 조금씩 사라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시 한편을 텍스트로 어려운 분석을 하기보다는 쉬운 해설과 눈에 보이는 듯한 정경을 묘사는 시를 읽고 느낄 수 있는 나의 상상력과 감성을 더욱 풍성하게 해 주었다.

김준태의 시 ‘참깨를 털면서’를 소개한 부분에서 지은이는 정겨운 농촌의 마당에서 깨를 터는 손자와 할머니의 정경을 TV를 통해 보고 있는 듯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게다가 시 자체에선 절제된 언어로 표현되어 있어 이해하기 힘든 부분에서는 자세히 풀어서 설명을 해주고 있어서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작가의 능력이 돋보인다. 서정주, 신동엽 그리고 김수영의 시를 소개한 부분에서는 시가 쓰여진 당시의 사회상까지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으며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각 작가들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판단이 가미되어 있어서 배우는 학생들에게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편의 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시를 쓴 작가에 대한 이해, 그 시가 쓰여진 사회와 당시 역사에 대한 이해가 시를 이루는 어휘나 낱말의 단편적인 이해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계기가 되었다. 또한 시의 평가와 분석은 결코 단편적이고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해서는 안되겠다는 깨달음을 동시에 얻었다. 무엇보다도 시로 읽는 세상을 통해 시를 감상하고 시를 느끼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 뿌듯한 자신감도 생겼다.

며칠전부터 기형도의 <입속의 검은 잎>이라는 시집을 읽고 잇다. 몇 년전에 사놓고 여태 이해하지도 못하는 시 몇 편만 읽어보고 그냥 덮어두었던 시집인데 이번에 시로 읽는 세상을 읽고 생긴 자신감으로 기형도 시에 대한 이해를 시도중이다. 물론 기형도의 시는 어렵다. 오늘도 기형도의 시 한편으로 하루 종일 즐거운 씨름을 했다. 내 주관으로 시를 이해하고 있지만 시로써 작가가 살던 당시 시대를 이해하고 시를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감동이란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성취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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