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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루한 세상은 그만!
69이라는 에로틱한 제목과는 달리, 유쾌 상쾌 통쾌한 1969년 청춘들의 뜀박질.
먼저, 무라카미 류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
정말 만나는 작품마다 새롭고 특이한 감성을 보여주는 저주받은-작가에, 감독에... 못하는게 없는 팔방미남, 항상 큰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이슈메이커에 베스트셀러 작가- 천재이다.
역시나 그의 자서전은 아니지만 그가 직접 겪었던 격동의 시기 1969년, 일본의 또다른 발전양상을 보여주는 복잡미묘한 이 시기에 고등학교를 다니며 매일매일 페스티벌을 꿈꾸는 청춘의 멋들어진 세상외침.
정말, 이런 말도안돼는 엄청난 일을 벌였을까, 란 의구심이 들지만 그라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은 모든 상황들과 맛깔스러운 픽션의 혼합으로 만들어진 자기애적소설- 69
사실, 류의 소설은 재밌게 읽은 소설은 몇 안돼고, 항상 너무 지루하거나, 너무 가볍거나, 무슨말인지 모르겠는, 그런데도 자꾸만 손이 가게 되는 그런 이상한 이야기들이 잔뜩 있기때문에... 69역시 사놓고 쉽게 열어보지 못했던 책이다.
본격적으로 읽어봐야 겠다, 라고 생각한건 츠마부키 사토시가 69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츠마부키 사토시가 꿈속에 출연하여, 빨리 자기를 봐 달라며 나에게 멋진 미소를 날려줬기 때문에 단숨에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라면 거짓말이고 책을 먼저 손에 잡았기 때문에 책을 먼저 읽었을 뿐이다.
69는
수많은 일본작가들의 청춘소설중에 가장 빛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1969년 일본은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반면 외국문화가 홍수처럼 밀려와서 젊은이들을 뒤흔들어 놨으며 보수 신진세력들이 각자의 주장을 펼치기위해 사회운동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내가 본 일련의 영화와 소설속, 그리고 69를 읽으며 궁금해서 찾아본 자료 속 일본의 현실이 정말 이러했다면 조금 늦게 그 시기를 겪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문제점들을 갖고 있던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 휘황찬란 엉망진창인 시기에 우리 청년들은 어떠했나. 우리는 무엇을 했나, 아니 할 수 있었을까. 아니 이제부터라도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만들어주는 식스티나인!
바리케이트 하나로 나의 이상을 표현하고, 이 작은 외침으로 일본사회가 조금은 변화될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바리케이트 봉쇄를 시작했라고한다면 거짓말이고, 단지 이상적인 그녀, 레이디제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아니 레이디제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충동적으로 시작된 겐의 이기적이지만 사랑스러운 페스티벌 만들기!
겐과 이와세는 지루한 고등학교 생활을 탈피하고자 영화, 연극, 로큰롤의 종합선물세트인 페스티벌을 기획한다.
외국잡지 속 페스티벌 현장에서 가슴을 다 드러낸 여자들의 즐거워 하는 사진 한장을 가지고 기획한 그들만의 페스티벌.
랭보와 래드재플린을 들먹이지만, 언제나 말만 앞서는 허풍쟁이 겐과 소심하고 자신감없는 이와세는 역량강화를 위해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추진력있는 아다마를 투입. 3명의, 그들만의 페스티벌을 만들이 위해서 벌이는 고군분투!
이 과정이 류 특유의 재치와 리얼리티를 담뿍 담은 문체로 아주 맛깔스럽게 그려지고 있다.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
베트남전쟁과 일본 전공투의 사투와 주입식교육과 강요만이 난무하는 학교체제에 반기를 들기 위해서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어찌어찌 하다보니 충동적으로 시작된 바리케이트 봉쇄.
교장실 똥 이야기는 정말이지, 눈물이 날만큼 재밌는 장면이다.
영화에서는 깊게 표현되지 않았지만, 바사라단과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는 그들만의 모토는 정말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페스티벌.
나도 매년 락페스티벌을 가는 한 사람으로서,
음악과 영화와 연극과, 젊음!!!! 불꽃튀는 청춘들의 외침이 가득한 그 시간을 매년 기다리는 한 사람으로서,
이들의 페스티벌은 지릿지릿 잠들어있던 나의 여름을 생각나게 해 주었다.
말도안돼는 스토리에, 어이없는 등장인물들. 돈츄노만 외치는 록큰롤!!!! 생기없는 닭들이 뒤섞인 페스티벌이지만,
그 시간만큼은 그들에게 자유를 만끽하게 해주는 행방구가 되어주고,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닌 우리 자신의 즐거움을 가득 담아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정말, 책을 손에 잡자마자 풍덩 매력에 빠졌던 그들의 이야기!!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 않은, 전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용기가 있다면 마음껏 날아오를 수 있는 희망과 샤워같은 시원함을 전해주는 이야기였다.
당신들의 질주가, 부럽소. 하지만 나도 용기를 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