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사회의 불쾌함 - 건강하고 청결하며 질서 정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왜 병들어가는가
구마시로 도루 지음, 이정미 옮김 / 생각지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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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리뷰]

세상은 점점 더 투명하고 깨끗해지고 있습니다.
도쿄의 거리처럼 쓰레기 하나 없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단정한 옷차림에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왜 이 완벽한 풍경 속에서 자꾸만 숨이 차오르는 걸까요?

이 책은 우리가 '진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가치들이 어떻게 개인을 짓누르는 감옥이 되었는지 차갑게 파헤칩니다.

​1. 풍경에서 이탈한다는 것의 공포
​책을 읽으며 가장 가슴 아팠던 지점은 '질서'와 '예의'라는 틀에 관한 분석이었습니다.
질서 정연한 사회는 아름답지만, 그 틀에서 한 걸음만 벗어나도 우리는 금세 '이물질'이 된 듯한 죄책감과 열등감에 시달립니다.
소음도, 악취도, 무질서도 허용되지 않는 쾌적한 도시는 역설적으로 그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이들을 투명 인간으로 만들거나 사회적 낙인을 찍어버립니다.
결국, 쾌적함은 누군가에게는 안락함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끊임없는 자기검열의 압박이 됩니다.

​2. 적응이라는 미명 하에 소진되는 영혼들
​우리는 현대 사회의 통념에 맞추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을까요?
저자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개인이 지켜야 할 도덕적 규칙과 보이지 않는 약속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지적합니다. 단정한 겉모습과 도덕적인 태도가 '기본값'이 된 세상에서, 그 기본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다 지쳐버린 사람들의 모습은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소위 '정상'의 범주에 들기 위한 사투가 우리를 병들게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3. 우리가 되찾아야 할 '인간적인 소음'
​이 책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무거운 질문을 남깁니다.
저자가 말하는 해법은 명확합니다.
완벽한 쾌적함을 추구하기보다, 때로는 조금 시끄럽고 때로는 조금 불완전한 것들을 우리 곁에 허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도로 발달한 사회일수록 우리는 '쾌적함'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인간 본연의 투박함을 긍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질식할 것 같은 질서 속에서 나만의 숨구멍을 찾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은 날카로운 위로가 되어줄 것입니다.
'괜찮아 보이기' 위해 애쓰느라 정작 속은 곪아 터진 현대인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생각지도 서평단 모집으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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