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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 처음으로 죽음을 공부했습니다
김진향 지음 / 다반 / 2025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죽음을 생의 종말이 아닌, 삶을 가장 선명하게 완성하는 역설적인 과정으로 그려낸다. 저자는 죽음의 문턱에서 인간이 비로소 삶의 가식적인 껍질을 벗고 본래의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고 말한다. 죽음에 대한 성찰은 삶을 마비시키는 두려움이 아니라, 오히려 낡은 시야를 걷어내고 생의 질서를 투명하게 재정립하는 시작점이 된다.
"죽는 법을 배우면 사는 법을 배운다"는 격언처럼, 이 책은 죽음을 삶의 근원적 조건으로 수용할 때 비로소 우리 존재가 진실해질 수 있음을 역설한다. 죽음은 한 개인의 소멸을 넘어 공동체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고립 속에서도 끝내 잃지 말아야 할 마지막 인간성을 알아보는 법을 가르쳐준다.
죽음을 사유하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가슴을 파고든 단어는 '까르페디엠(Carpe Diem)'이었다. 그동안 이 문장을 그저 찰나의 즐거움으로만 소비해 왔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이 일깨워준 진의는 서늘할 정도로 명징했다.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질 때 비로소 내 삶의 윤곽이 가장 뚜렷하게 빛난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오늘을 붙잡는' 행위임을 깨달았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올 순간임에도, 나는 죽음을 늘 남의 일처럼 먼지 쌓인 선반 위에 올려두고 살았다. 그러나 "죽음을 말한다는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일"이라는 문장 앞에서 나는 오래도록 멈춰 섰다. 무겁게 가라앉는 마음 사이로 낯선 고요가 찾아왔다. 죽음은 삶의 질서를 무너뜨리러 오는 침입자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묻는 가장 정직한 질문이었다.
이제 나에게 죽음은 사라짐이 아닌, 오늘이라는 시간을 더 깊은 결로 채워 넣으라는 조용한 신호다. 에픽테토스가 말한 '질서'로서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나는 비로소 내 삶의 온전한 주인이 되어본다. 죽음을 공부하며 나는 비로소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이며, 본문에 담긴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