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개인정보는 이제 '공공재'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통용됩니다. 2025년을 뒤흔든 대규모 해킹 사태들을 겪으며 우리가 느낀 감정은 분노를 넘어선 무기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심나영, 전영주 기자가 집필한 『한국은 해킹되었습니다』는 그 무기력의 뿌리에 무엇이 있는지 집요하게 파헤칩니다.이 책은 단순히 기술적인 보안 실패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대신 해킹을 당하고도 기업 낙인이 두려워 해커와 비밀리에 '몸값' 협상을 벌이는 중견기업들의 비극, 그리고 사고 원인 규명보다는 징벌에만 급급한 정부의 관료주의를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저자들은 "소 잃고 외양간조차 수리하지 않는" 시스템이 어떻게 한국을 글로벌 해커들의 거대한 '수익 모델'로 만들었는지 적나라하게 폭로합니다.거실 월패드 카메라를 가리고 살아야 하는 기괴한 일상은 결국 우리 사회가 정보 인권을 얼마나 가볍게 취급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책을 읽으며 그동안 직장에서 겪었던 보안상의 불편함이 사실은 공동체를 지키는 최소한의 보호막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특히 보안 투자를 '매몰 비용'으로 여기는 경영진과 시스템 설계자들에게 이 책은 뼈아픈 경고장이 될 것입니다. IT 강국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숨겨진 부끄러운 민낯을 마주하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그 응시만이 반복되는 재난을 멈출 유일한 길입니다. '보안 불감증'이라는 고질병을 앓고 있는 한국 사회에 던져진 필독서입니다.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이며, 본문에 담긴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