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머리가 지끈거려도 습관적으로 서랍 속 진통제를 찾던 내 손길이 오늘따라 유독 낯설게 느껴진다. 애나 렘키의 『중독을 파는 의사들』을 덮으며, 그동안 아무 의심 없이 삼켰던 알약들이 사실은 얼마나 위태로운 평화였는지 깨달았다.이 책은 단순히 약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대 사회가 어떻게 ‘중독의 시대’가 되었는지, 특히 ‘치료’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 사태를 통해 그 민낯을 서늘하게 파헤친다. 군 시절 교육받았던 ‘모르핀’처럼 특수한 상황에서나 쓰이는 줄 알았던 중독성 약물들이, 사실은 우리 일상의 처방전 뒤에 교묘히 숨어 있다는 사실은 공포에 가까운 충격이었다.저자는 제약 자본과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을 날카롭게 비판하지만, 동시에 환자들의 태도도 돌아보게 한다. 고통을 단 1초도 견디지 못한 채 즉각적인 편안함만을 갈구했던 나의 ‘약물 의존도’ 역시 이 거대한 중독의 사이클을 돌리는 톱니바퀴였다는 점이 뼈아프게 다가왔다.『도파민네이션』으로 유명한 애나 렘키는 이번에도 우리 시대의 가장 아픈 곳을 정확히 짚어낸다. 통증을 무작정 입막음하기보다 내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은, 중독의 파도 속에서 나 자신을 지키는 소중한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약물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게임 등 수많은 중독에 노출된 현대인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읽어봐야 할 필독서다.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이며, 본문에 담긴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