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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역사 - 과거의 세계가 미래를 구할 수 있을까?
로먼 크르즈나릭 지음, 조민호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1월
평점 :
이 책은 복잡한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거를 다시 바라보는 법을 일깨우는 책이다. 1,000년의 시간을 가로지르는 서술은 다소 느린 호흡을 띠기에 처음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느림 속에서 저자의 깊이 있는 사유가 차분히 스며든다. 지금 인류가 겪는 갈등과 불평등, 생태 위기 등은 전례 없는 문제가 아니라, 어느 시점에 이미 인류가 마주했던 질문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배우고, 현재를 이해해야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책 전체를 관통한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10세기 알안달루스 코르도바의 이야기다. 무슬림, 기독교인, 유대인이 같은 도시 안에서 공존을 모색하던 풍경은 오늘의 분열된 세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코르도바는 완벽한 낙원이 아니었지만, 서로의 차이를 견디고 인정하려는 태도가 있었다. 완전함이 아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공존’이 역사가 남긴 귀한 유산임을 깨닫게 한다.
책은 과거의 사례를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위기의 시대를 건너기 위한 ‘미래의 자원’으로 재해석한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옆 사람의 손을 놓지 않는 용기일지 모른다. 차가운 시대 속에서 사람과 공동체의 의미를 되묻게 하는, 묵직한 울림이 남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이며, 본문에 담긴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