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판정위원회
방지언.방유정 지음 / 선비와맑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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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땐, 따뜻하고 숭고한 드라마 속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뇌사판정위원회를 떠올렸습니다. 장기기증이라는 고귀한 희생 앞에서 의사들이 인간 존엄을 최상의 가치로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그런 벅찬 감동을 기대했죠. 저 역시 그 드라마를 보며 장기기증에 대해 깊이 생각했던 터라,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는 순간, 예상은 산산조각 났습니다. 방지언, 방유정 작가님은 이 신성한 결정의 장소를 개인의 출세와 사익을 위한 무대로 변질시키는 인간의 추악하고 악한 민낯을 가차 없이 드러냅니다. 뇌사 판정이라는 비가역적인 결정권을 둘러싸고, 의사와 의료인들이 어떻게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 권한을 오용하는지, 그 밀도 높은 심리전을 쫓아가다 보면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책 속에는 다양한 유형의 '악'이 존재합니다.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결국 침묵을 선택하는 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이, 심지어 자신의 실수를 은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더 큰 죄를 저지르는 이까지. 이들이 펼치는 파노라마는 독자에게 극도의 불편함과 분노를 안겨줍니다.
"의술을 다루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윤리의식은 대체 어디로 갔는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 상황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현실이라는 서늘한 인식이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작가들이 드라마 작가 출신이라 그런지, 장면 전환과 서사의 밀도가 탁월합니다. 불필요한 수식 없는 간결하고 건조한 문장이 오히려 인물들의 내적 갈등과 갈망을 강렬하게 부각시켜, 마치 한 편의 하드보일드 메디컬 스릴러 OTT 드라마를 보는 듯한 가독성을 선사합니다.

마음은 내내 불편했지만, 이 불편함을 통해 우리는 생명의 정의, 인간의 존엄, 그리고 윤리적 책임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됩니다. 물론 세상에는 헌신적인 좋은 의료인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결국 '우리는 이 시스템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로 향합니다.

강렬한 흡인력, 뼈 때리는 메시지, 그리고 끝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긴장감. 이 책을 통해 숭고한 선과 추악한 악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목도하고 싶다면, 강력히 추천합니다.

'서평 모집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이며, 본문에 담긴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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