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임정, 최후의 날
이중세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작품은 1932년 상하이를 무대로, 외교와 정보전 속에서 독립을 모색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그려낸다. 치밀한 전개와 긴박한 서술은 독자를 몰입하게 만들며,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기억과 책임의 문제를 질문한다.

김구의 목소리는 작품의 핵심이다.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사라지는 게 두렵다”는 대목은 독립운동이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기억을 지키는 싸움임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는 오늘의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경고다.

서사는 밀정과 배신의 세계를 납작하지 않게 다룬다. 추원창의 내면, 안공근의 고백은 정보전의 냉혹함과 인간적 균열을 담담히 보여준다. 일본 제국주의의 논리 또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전쟁은 명분으로 일어난다. 하지만 올바를 필요는 없다”는 문장은 허구의 명분이 어떻게 폭력으로 가공되는지를 증언한다.

결국 서사의 긴장은 김구를 향해 모인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여라”는 차가운 지시는 작품의 긴박함을 끌어올린다. 그러나 이 소설은 자극적 폭발 대신 낮은 목소리와 침묵의 떨림으로 긴장을 구축하며, 독자로 하여금 ‘어떻게 살아남을까’보다 ‘어떻게 남을 것인가’를 묻게 만든다.

광복 80주년의 해에 이 책은 단순히 과거를 되짚는 읽을거리를 넘어, 오늘의 우리가 어떤 기억을 지키고 어떤 선택을 할지 성찰하게 만든다. 빠른 전개 속에서도 의미가 차곡차곡 쌓여, 책을 덮고 난 뒤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