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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만든 30개 수도 이야기 - 언어학자와 떠나는 매력적인 역사 기행
김동섭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12월
평점 :
네이버 역개루
https://cafe.naver.com/historyarchive/
까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 협조 건으로 책을 받아 읽게 되었다.
수도가 어떤 기능을 하며 어떤 방식으로 있게 되는지, 각 나라마다 어떤 차이를 보이는
상세하면서도 간략하게 설명하여, 저자가 역사에 별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게 썼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유럽 각국에 수도 설명이 분량 많은 건 보는 입장에 따라 유럽 중심주의라고
섵부르게 비판할 수도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지금 현대 문명에 비중이 많은 게 유럽이고,
유럽이 각 나라로 더 잘개 분열되어 있는 이상 유럽 수도들을 중점으로 하면
국가와 수도 사이 관계 설명도 비중이 큰 이 저서의 목적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보인다.
각국의 수도 집중도가 문화나 역사에 의해 꽤 달라지며, 상당히 많은 국가의
수도들이 경제적, 문화적 비중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고 행정적 비중만 높으며
국가 균형 발전도에 기여가 큰 양상이 보인다. 게다가 그런 선택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불리한 곳을 보완하거나 지형적 위치를 배려해서 이뤄졌다는 게 의미가 크다.
여전히 세종시 무용론에 통일한국의 수도로 서울만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적지 않은
일각의, 거의 집착에 가까운 서울 집중론을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통일신라가 어째서 망했던가?
수도 이전으로 대구시마저 거부할 정도인 강박적인 경주 애호론자들 때문이었다.
이 부류들이 수도를 대구로 옮기는 걸 추진했던 무열왕계를 끝장내고 원성왕계를 옹립하여
경주 제일주의만 외치다가, 각 지역 중심지들의 한결 같은 불복종으로 국가를
산산조각낸 한국사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나 더 크게 평가해야 할 것은, 이런 유의 전반적 세계사류들 책들을 보면 퀄리티 자체도 매우 낮을 뿐더러 자기가의 전공한 분야가 아니면 흔한 인터넷 역덕만도 못한 저질스런 내용을 보여
매우 눈살이 찌푸려지는데, 저자는 자기 전공 분야가 아닌 부분도 충실하게
공부한 흔적이 나타나는 점이다.
단적인 예가 바로 후기 로마사와 동유럽사 부분인데,
적지 않은 서적들이 후기 로마사를 잘 모르고 비잔틴사는 더 모를 뿐더러
동유럽사도 모르기에, 비잔틴 제국이 로마 제국이 아니라는 이상한 개인 편견에
1453년도에 망한 로마 제국에 대해 로마가 기독교 믿어서 망했다, 정신이 퇴화해서
476년도에 망했다 따위 괴이한 얘기만 해대서 아쉬웠었다. 얼마 전에 터키사 전공자가 낸
비잔티움-터키사도 정작 비잔티움사 파트는 아예 역사전공자도 아닌 본인이 봐도
이건 아니다 싶은 내용이 많아 기함했는데 이 책은 그 부분도 충실하여 안도했다.
보면 로마 후기사 부분을 흔한 로마인 이야기나 로마 제국 쇠망사에만 의존하는, 아예 역사 관련 저자라 할 자격도 없어보이는 자들이 많은 현실에, 이렇게 훌륭한 저자는 거의 없을 것 같다는 게 진심이다. 풍부한 자료 조사를 하였다는 좋은 흔적이다.
다만 딱 한 가지 약간 아쉬운게 다름아닌 한국 수도 서울에 대해 얘기하면서
초기 한성백제 - 고구려 - 신라 - 통일신라 영유기에 대해 서술이 꽤 부족하다는 것인데....
누군가는 자료가 없다는 이상한 이론을 제기할지 모르나, 서울이 그간 거쳐온 궤적은
이미 고고학 및 추가 문헌 연구에 의거해 대단히 많은 부분이 밝혀져 있다.
그러한데 그런 부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건 꽤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소위 말하는 586 세대들의 경우 앞서 언급한 로마 후기사에 대한 전반적 무지는
당연하고 한국 고대사에 거의 관심이 없는 게 공통적인 특징인데, 저자는 로마 후기사, 동유럽사에 대해서는 이런 부분을 극복했지만 한국 고대사 부분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하기야 나말여초 대가인 임용한 박사마저 고대사 파트는 상당 부분 미흡한 게 현실이니
어쩔 수는 없겠지만..... 이 부분이 아쉬워 별 다섯에서 하나는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