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가비 해변
마리 헤르만손 지음, 전은경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스웨덴 작가 마리 헤르만손의 '조가비 해변'. 스웨덴 소설은 많이 읽어본 적이 없어서 기대를 가지고 책을 열었다. 이 책은 한 소녀의 성장통을 한 아이의 실종사건과 연관지어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다. 그렇다고 해서 미스터리나 스릴러 소설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성장소설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소설은 울리카와 크리스티나 두 여인의 시점으로 번갈아 서술된다.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고 가정을 꾸려 살고 있지만 어릴적 친구인 안네마리와 그녀의 가족인 가트만 일가와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그들과 함께 보내던 여름날 조가비 해변을 그리워하는 울리카. 그녀는 대학에서 사람들의 실종과 관련된 설화들을 연구한다. 그녀가 그런 이야기들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된 데에는 25년전 실종사건의 영향이 클 것이다. 울리카가 동경하던 가트만 가족에서 입양한 마야라는 인도 소녀. 다른 사람과 대화도 교감도 하지 않던 소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가 6개월 만에 나타난 사건을 계기로 가트만 가족도 울리카도 한바탕 성장통을 겪는다.
그리고 실종사건 25년 후 마야가 사라졌다 나타난 해변에서 발견된 의문의 사체 크리스티나 린뎅. 사람들과의 소통이 어려워 가면 속에 자기를 감추고 살았던 여인의 시선으로 또 다른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람들을 피해 혼자 살던 크리스티나에게 갑자기 찾아온 까만 소녀. 사람을 두려워하고 벽을 쌓고 살던 그녀에게 이 아이의 존재는 특별하다. 누구에게도 빼앗기고 싶지 않은 선물과도 같은 아이. 이 아이의 등장으로 인해 크리스티나의 마음의 문은 조금씩 열리는 듯 보인다.

 

이야기는 평행선처럼 진행되다가 마야를 중심으로 한 점으로 모인다. 크리스티나의 이야기는 울리카의 이야기 속에서 하나의 완성형을 이룬다.

자신의 가족에 대한 불만, 아름다운 친구에 대한 동경과 질투심, 동경하던 세계에 편입되고 싶은 욕구. 소녀가 성장하면서 겪는 복잡다양한 감정들은 유아실종사건과 의문의 변사체 발견, 옛 추억 속 이웃 오빠 옌스와의 재회 등으로 울리카 안에서 정리가 되고 마무리를 짓게 된다. 옌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크리스티나의 이야기와 마야 실종사건의 전말을 울리카의 마음 한 구석에 내내 심어져있던 의문을 푸는 데에 큰 역할을 한다. 이 책은 전체적인 구성으로 보았을 때에는 두 여인의 이야기이지만, 주인공은 울리카에 가깝다. 크리스티나의 이야기는 울리카의 인생에 영향을 주었던 마야 실종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이자 울리카의 마음 한 구석에 내내 자리잡고 있던 어린 시절의 미스터리에 종지부를 찍는 이야기 역할을 한다. 

어린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 때의 감정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소설 안에서 섬세한 심리묘사로 풀어져 나가기 때문에 읽으면서 감정선을 따라가며 인물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을 그려볼 수 있는 성장소설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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