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속 지옥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6
유메노 큐사쿠 지음, 이현희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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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대 후반 일본에 처음 서양 추리소설 양식이 유입되었을 당시의 작품부터 1946년, 제2차 세계대전 직후까지의 일본 추리소설을 시대순으로 엮어낸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나 마야베 미유키 등 일본 추리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이 기획이 벌써 여섯번째 권을 맞이라였다. 현재 활동중인 일본 추리소설 작가나 에도가와 란포 등 유명 일본 작가들의 뿌리를 알 수 있어서 나 역시도 관심을 갖고 읽고 있다. 이번 여섯번째 작품집 '유리병 속 지옥'은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낯선 유메노 규사쿠의 작품을 모은 책이다. 1920~1930년대에 활동했던 작가로 추리소설사의 3대 기서 중 하나인 도구라 마구라의 작가라고 한다. 이 책 역시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나도 추리소설 마니아인지라 읽다보면 정신이상을 유발할 정도라는 이 책의 제목은 익히 들어본 적이 있다. 


유메노 규사쿠의 작품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형태의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기담이나 괴기소설에 가깝다. '유리병 속 지옥'에는 가장 유명한 작품인 도구라 마구라는 실려있지 않지만 그에 못지 않은 기이한 12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다. 어느 북 장인이 자신을 버린 정인의 혼수품으로 그녀에 대한 원망과 저주를 담은 북을 만들어 선물하고, 그 북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불행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 <기괴한 북>은 으스스하고 기이한 일본 괴담의 느낌이 잘 살아있는 작품이다. <시골의 사건>은 작가의 고향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엮어서 쓴 것이라고 한다. 시골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은 사건들을 모아 놓았는데 꽤 재미있다. <사후(死後)의 사랑>에서는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보석에 얽힌 이야기를 병사 출신의  노숙자의 입을 통해 서술한다. 표제작인 <유리병 속 지옥>은 외딴섬에 표류하게 된 남매의 이야기이다. 오랜 세월 무인도에서 친남매 둘이서만 지내면서 겪게 되는 심리적 변화와 고통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주인공인 광부가 아내에게 버림받은 남자와 한 갱에서 일하면서 그가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히게 되는 <사갱(斜坑)> 또한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기괴한 느낌의 작품이다. 근대화 된 도시의 모습을 <기괴한 꿈>으로 작품화시킨 것도 인상적이다.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미치광이는 웃는다>, <미치광이 지옥> 같은 작품은 도구라 마구라처럼 기괴하면서도 인간의 내면 깊은 곳을 파헤치는 작품이다. 그 외에도 유일하게 탐정 비슷한 직업을 가진 퇴직경찰이 등장하는 <노순사>, 신문기자를 주인공으로 한 <장난으로 죽이기>, 스파이가 주인공인 <인간 레코드>, 악마를 찬양하는 책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이야기 <악마 기도서> 등의 작품들이 실려있다. 


탐정이나 형사가 나와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에 익숙해진 내게 유메노 규사쿠의 작품은 지나치게 기괴하고 낯설다. 하지만 그 광기어린 작품세계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낯선 일본 추리소설을 소개받는 것이 이 시리즈의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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