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소설이라는 장르는 조심스런 것었는데, 요 몇년 동안 그 맛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창비출판사 온라인 독서모임인 <책읽는당>에서는 매월 문학분야, 인문분야의 책 1권씩을 함께 읽고 SNS를 통해 그 후기를 나눈다. 소설을 잘 안 읽었으니 당연히 모르는 소설가가 대부분인데, 책읽는당 2월도서 《새벽까지 희미하게》 덕분에 마치 소설 속 주인공의 삶을 산 것 같은 한 소설가를 만났다.
작가의 유작 '못', '엄마, 나는 바보예요', '새벽까지 희미하게', '목 놓아 우네', '장마', 이렇게 총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후배 작가 2명과 남편의 추모 산문까지 다 읽고 나니... 가슴이 아련해진다.
각 단편 속 인물인 공과 금희, 조, 유석과 송이, 여자 심과 남자 심, 장과 윤. 캐릭터 모두 흔히 볼수 있는 일상의 인물이면서 또 독특했다. 전체적인 색깔이 어둡지만 절망적이지 않다고 해야할까. 삶에 드리워진 불행들을 어떻게 읽어내야할지, 그 불행 넘어로 그래도 살아내야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읽어내야할지 그것은 물론 독자의 몫일게다.
소설을 읽으며 단편의 매력, 묘미... 그런 맛을 느꼈다. 아니 작가가 잘 써서 그런거겠지? 짧은 스토리와 몇 안되는 인물, 혹은 화자가 되는 이의 심리 하나만으로 이런 소설을 쓸 수 있구나라는 생각. 작품해설에서는 <자본주의 세속에 대한 냉엄한 통찰과 이해>,<'말했던 것'과 '말하지 못했던 것'의 사이>,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방식> 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평하고 있다.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게 이런 거였구나 싶다. 대단한 사건 없는 다섯 편의 단편에서 그토록 팽팽한 긴장감과 강렬함을 느낀 걸 보면 분명 훌륭한 작품임이 맞다.
소설을 다 읽고, 가슴이 아직 뛰고있을 때 지인들과 남편의 추모산문을 읽으며 눈시울이 적셔졌다. 아~ 소설 하나도 허투루 읽으면 안되었구나. 방배동 지하 원룸에서 작가가 전쟁을 치루며 태어난 문장들이었구나. 한 남자의 예쁜 아내로, 두 아들의 엄마로, 또 가족들을 위해 성실히 살아내면서 글을 써내었던 작가. 그녀의 생전에 소설 제목처럼, <나의 피투성이 연인>이라고 아내를 추모하는 남편의 글은 우리의 짧디 짧은 인생을 돌아보며 숙연해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