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일반판)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북녘땅 50년을
말하는 기계로,
멍에 쓴 인간으로 살며

재능이 아니라 의분으로,
잉크에 펜으로가 아니라
피눈물에 뼈로 적은 나의 이 글

사막처럼 메마르고
초원처럼 거칠어도,
병인처럼 초라하고
석기처럼 미숙해도
독자여! 삼가 읽어다오.

-반디-

       


소설을 펴들고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참아오던 안타까움이 마지막 단편 <빨간 버섯>의 특파기자 허윤모가 '참고 참았던  눈물을 다 쏟아버리지 않고서는 견딜수 없었던' 그 순간에, 나도 그렇게 같이 울었다.

지금도 북한 어디선가 살고 있을 북한 작가가 '반디'라는 필명으로 세상에 내놓은 소설, 소설이지만 제목처럼 이것이 <고발>이 아니고 무엇일까? 책의 출간 즈음이었던가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일어난 김정남 암살사건을 보면서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었다.

굳이 이 책이 아니더라도 이미 우리는 북한의 실상을 전해 듣기도 하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고발>이라는 소설을 많은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 작가 '반디'가 쓴 총 7편의 단편과 그 스토리가 '어둠의 땅, 북한을 밝히려는 반딧불이 되려는' 작가의 의지를 너무나 잘 밝혀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 안에서 만나는 북한의 현실은 더 애절하고 아팠다. 또, '잊힌 땅' 북한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아니 북한에서 애쓰고 있는 '사람들'을 가슴에 끌어안게 해준다.

물론 소설 전반에 걸친 낯선 북한 어휘들이 책읽기를 다소 더디게 하지만, 신기하게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프랑스, 일본, 영국 등 20개국 18개 언어권에 번역되었다고 하니, 번역가들도 대단한 듯하다.
남과 북이 언어가 달라도 너무 다를 정도로 아픔의 골이 깊지만,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는 같은 인간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이 소설에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솔뫼라는 고향이 그 어디 도쿄나 이스탄불이라도 된단 말인가! 제 나라 제 땅 안에 있는 고향땅이 이처럼 아득하고 막막한 곳으로 되다니!... 허락한다면 천리든 만리든 걸어서라도 떠나보련만 그마저 허용되지 않는 '여행질서'였다. 명철은 목놓아 울며 땅이라고 치고 싶었다. 하나 때로는 울음도 반항으로 되는 법이다. 반항 앞엔 오직 가차없는 죽음밖에 없는 땅, 그래서 아파도 웃고 쓰거워도 삼켜야만 하는 것이 이 땅의 체질이었다.

('지척만리' 중에서)


그런데 합치면 구천에도 차고 넘칠 그 고통의 아우성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밖에서 지금 저처럼 '행복의 웃음'소리만이 누리를 울려대고 있는 것이냐! 그것도 결국은 양쪽 손톱을 동시에 뽑히우는 듯한 고통을 당한 오 씨를 선창자로 하는 '행복의 웃음'소리가!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을까? 그 어떤 잔학한 마술의 힘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처럼 뭇사람들의 고통의 울부짖음을 '행복의 웃음'으로 둔갑시킬 수가 있단 말인가.

('복마전' 중에서)


"왜 자진해서 벽돌집 시녀가 됐던가 말이야!"
"간판에 속아서였지, 나처럼. 속엔 독재의 칼을 품고도 겉으로만 평등이요, 민주주의요, 역사의 주인이요, 지상낙원 건설이요 하는 허울 좋은 그 간판에 속아서 말야."...
고인식의 백설 같던 넋은 이제야 이 땅에 뿌리박힌 독버섯을 알아보고 독재와 회유와 기만과 억압으로 얼룩진 그것을 뽑아보려 필사의 힘을 다하고 있는 것이었다.

('빨간 버섯' 중에서)


주인공 리일철, 한경희, 전영일과 설용수, 정숙과 명철, 오씨 할머니, 홍영표, 허윤모와 고인식, 그리고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가 허구의 인물로 그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작가는 애절한 북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엮은 이 소설을 통해 북한 사회가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 분명하게 고발한다. 펜이 총보다 강하다 하지 않았던가! 소설 <고발>을 통해 전 세계가 북한 인권에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반딧불이'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램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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