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염려와 두려움을 가득 안고 살아간다.
마찬가지로 그 두려움 때문에 이미 내게 있는 소중한 것들과 감사한 것들을 기억하지 못한 채로.
나 또한 그런 사람 중 하나인 것을... 사실 소설을 읽을 때는 손에 잡으면 단방에 끝내는게 대부분인데 이 책을 읽던 무렵에는 소설 속 주인공처럼 힘들어 하며 허우적 거리느라 해야할 일들을 손에서 놓고 있었다.

마흔을 앞둔 나이의 11년 차 광고 디자이너.
스페인 출신이지만 영국 런던을 무대로 한 소설은 스페인의 정취도, 런던의 정취도 함께 묻어난다.
쉴틈 없이 일하던 어는 날, 한 석유회사 광고 프로젝트 계약건을 앞두고 정신을 잃고 쓰러진 주인공 사라. 우울증 판정, 동거하던 남자친구 호아킨의 바람이 들통나고, 스페인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아빠의 파산 소식... 소설 초반 사라의 이야기는 회색빛이다.

그러나 소설 초반부터 등장한 또다른 주인공인 고양이 <시빌>은 '고양이 스승님', '현명한 친구'가 되어 사라가 회색빛 안에 빠져있지 않게 한다.
고양이에 대한 기억은 어릴적 시골에서 뿐이다. 햇살 가득한 담장 위에나 겨울 가마솥 아궁이 위처럼 따뜻한 자리면 어디든 몸을 웅쿠리고 졸고 있던 고양이... 마냥 귀엽기만 한 기억속 고양이 대신 작가는 '말하는 고양이' 시빌을 통해 고양이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있는 '신비감'을 떠올리게한다.
애완동물의 수준을 넘어서 주인공 사라를 훈련(?)하고, 오히려 인간을 자기와 같은 동물로 보는 시빌. 우리가 고양이에게 배워야한다니 기분이 좋을 건 없지만... 어쨌든 작가는 고양이 시빌의 입을 빌려 사라에게, 독자들에게 말하는 바가 크다.
불행해 하지 않도록, 지금 상황을 살아내도록,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도록!

말도 안되는 고양이의 출연을 인정하기 싫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던 사라역시 고양이가 던진 말들에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마법에 걸린듯 직접 그렇게 행동해보면서 고양이의 조언들이 옳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데...

널 속인 상대가 있다면 그건 바로 너 자신이지.
너야말로 네 인생이 끔찍하다고, 이제 끝났다고,
그래서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잖아.
그게 바로 너를 둘러싼 돌벽이고,
그것도 네가 직접 쌓은 거야...
(p.174)

지금 필요한 건 이거다, 하는 생각은 버려. 꽃들이 향기를 주듯, 새들이 노래를 부르듯 네 자신의 가장 좋은 면을 세상에 줘. 네 마음을 주변 사람들에게 열어봐. 널 성가시게 하는 이웃집 여자한테도, 무책임한 네 동생에게도, 심지어 호아킨에게도 열어봐. 그게 진짜 사랑이니까. (p.256)

하지만 식생활의 변화는 내 삶의 변화 중에서 제일 작은 것이었다. 사라 레온의 안에서 무언가 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변화는 겉으로 보면 알아차릴 수 없는 작고 미묘한 것이었지만 알고 보면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난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돼'라고만 말하는 거울 속 형상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많이 놀고 더 적게 일하기 시작했다. 닫힌 방에서 바로 걸어나갈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난 이미 밖으로 나갔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날개를 달고 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p.314)

사라는 스스로 변화를 시작한다.
그 변화는 채식주의자 생활의 시작, 열살 적 꿈이었던 작가를 떠올리며 글을 쓰기 시작한 것, 사무실에 몰래 쿠키 상자를 갖다두고 동료들이 좋아하는 걸 보는 것, 지하철 대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작은 소음에도 늘 화를 내는 옆집의 '이비나 우젤락'씨에 사과의 편지를 보냈다는 것, 그리고 그녀에게서 온 사과의 편지. 그녀에게 세상과 소통할수록 보내준 선물.
동생 알바로에게 사과의 전화를 걸고, 아빠의 꿈을 이뤄드리기 위해 캠핑카 '로시난테 2세'를 타고 떠난 여행.
그리고 정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 환경을 파괴하는 석유회사의 광고가 아닌 그에 반하는 일을 멋지게 해내고, 그 일을 통해 새로운 만남 또한 시작 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책을 덮고 스마트폰을 열어 서평을 쓰고 있지만, 마음은 얼마전 마련한 중고 자전거를 타고 찬 가을바람을 쐬러나가고 싶게하는 소설이다.
내 삶의 소중한 것들, 내가 손 내밀어야 할 것들, 내가 행복하는 일들을 생각해보게 하는 책, 표지의 예쁜 파스텔톤 빛깔과 책 중간중간의 삽화들이 마음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수필처럼 다가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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