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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통에 풍덩 ㅣ 이야기 별사탕 5
원유순 글, 김동영 그림 / 키다리 / 2015년 6월
평점 :

"똥통에 풍덩" (원유순 글, 김동영 그림, 키다리 펴냄)을 읽고
제목을 보고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두 아이와 어릴적 시골 산골학교에서 이 책에 배경과 꼭 같은 학교생활을 했던
엄마의 소중한 추억들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예상대로 함께 책을 읽는 동안 엄마인 나는 행복했다.
'엄마 어릴적에도 이랬단다. 남학생 여학생이 화장실을 같이 썼었어.' 라고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연신 '정말요? 정말요?' 하면서 뜨겁게 반응했다.
이 책은 학교에 중요한 손님이 오실 때마다 치러졌던 환경미화의 날. 그날 있었던 재미있고 웃기는 에피소드를 통해
70~80년대 풍경을 그려낸 내용이다.
초록색 페인트로 덮여진 2인용 책상과 의자가 눈에 익숙하고, 선생님이 서 계시는 강대가 약간 더 높은 것을 보면서
그 당시에 더 높게만 생각되었던 선생님의 권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맨들 맨들한 교실 바닥을 만들기 위해 왁스칠과 걸레질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 그림과
지금이나 그때나 변하지 않는 남자아이들의 짖굿은 장난과
여자아이들의 고자질도 미소짓게 한다. 그때는 누구나 다 그랬지? 지금의 너희들도 다 그렇지?

나름 열심히 청소를 했지만 청소하던 중에 미끄럼 놀이를 하던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의 고자질로 화장실 청소까지 해야하는 벌을 받는다.
드디어 푸세식 화장실이 등장한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너무 낯선 문화이겠지만 우리집 아이들은 산골에 계신 외할머니댁에서
어릴때 부터 보아왔던 익숙한 그림이다.
통파리가 날리고, 냄새가 지독한....그래서 나와 아이들은 책에 나오는 주인공 진수처럼
코를 꼭 틀어막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왠지 똥 냄새가 계속 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남자아이들은 장난끼가 발동하였고, 여자아이에게 복수할 계획으로
막대기에 똥을 묻히고는 화장실에 몰래 숨어서 작전을 펼친다.
하지만 진수는 애꿎은 여자 선생님께 실례를 범하게 되고,
그바람에 놀라 도망치려다 엄마가 얼마 전에 사주신 새 운동화를
똥통에 빠뜨리고 만다.
일부러 큰 운동화를 사주신 진수 엄마...
큰 사고를 쳤지만 똥통에 빠진 진수 운동화를 꺼내주시는 담임선생님,
그리고 펌프질을 해준 친구들,
똥 묻은 운동화를 깨끗하게 헹궈주시는 김은실 선생님....
지금은 볼수 없는 참 정겹고 따뜻한 풍경이다.

'어젯밤에 어머니가 운동화를 깨끗이 빨아서
연탄 부뚜막에 얹어 뽀송하게 말려 주었거든.
운동화에서는 똥내는커녕 상큼하고 향긋한 비누 냄새가 났어.
다시 새 운동화가 생긴 거야.'
이렇게 끝맺는 마지막 글귀를 읽으면서, 푸세식 화장실의 똥냄새로 가득했던 운동화가 상큼하고 향긋한 비누 냄새로 바뀐 것처럼
작가는 지금보다 가난하고 힘들고 불편한 문화로 가득했던 그때가 사실은 아름답고 향기로운 추억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며 100% 공감이 되었다.
'똥통에 풍덩'은 푸세식화장실을 사용하던 70~80년대 학교풍경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화장실 이야기에서 그치는게 아니라
70~80년대 아이들의 싸우는 소리, 웃음 소리, 냄새, 우정, 사제간의 정이 고스란히 묻어남을 느끼며,
그림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읽어내는 재미가 큰 책이었다.
그리고 책 마지막에는 그 당시의 교실풍경, 화장실 등의 실제 사진과 설명을 덧붙임으로
초등 학년에서부터 고학년에 이르기까지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비록, 아빠 엄마가 어릴적 학교에서 쓰던 화장실이 푸세식이 아니더라도
아빠 엄마의 어릴적 문화를 이야기해주면서 읽게 한다면 책을 읽는 아이들의 마음이 훨씬더 풍성해질 것 같다.

* 이야기 별사탕 시리즈는 1970~1980년대의 생활모습을 배경으로, 나와 가족, 우리 이웃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부모와 함께 읽고 소통하는 문화그림책이라고 합니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개인적으로 읽어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