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의 작가 존 그린의 장편소설이다. 전에 읽었던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는 수배중인 아빠를 찾는 10대들의 롤러코스터 같은 이야기였는데 이번 소설은 제목과 표지색부터 느낌이 좀 달랐다. 2006년 작이니 한참 전의 소설인데 존 그린 애독자들이라면 관심있게 찾을 듯 하다.
"유명한 신동 콜린 싱글턴이 고등학교를졸업하고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차인 다음 날 아침..."
이렇게 시작되는 첫 문장.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콜린은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차이고 매우 힘든 상태다. 성인도 아닌 청소년도 아닌 딱 애매한 연령대에서 겪는 감정의 질풍노도는 분명 작가가 좋아하는 설정인 듯 하다. 소설을 다 읽고 부록을 보니 실제 '대니얼 비스'라는 수학자 친구 덕분에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아무튼 철없어 보이는 이 청년은 다소 엉뚱해보이는 친구인 하산과 함께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갑작스럽고 아주 대책없어 보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열일곱? 가슴 아픈 이별 후 엄청난 괴로움을 위로받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일이니 나름의 명분있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참 독특하다. 상대의 외모나 성격에 끌리는 게 아니라 '언어적인 부분'에 끌리다니. 바로 'Kaththerine'이란 이름이면 좋아하다니. 그것도 무려 열아홉 명의 캐서린과 사귀었고 그들 모두 한 번의 예외없이 콜린을 차버렸다는 것! 콜린은 세상에는 오직 '차는 사람'과 '차이는 사람' 이 두가지만 존재할 뿐이라고 믿었다. 소설 중간중간 계속 나오는 이런 도표는 콜린의 단순함, 순진함 같은 게 느껴져서 웃기기도 하다. 그런데 이게 쉽게 볼 공식과 패턴이 아니라는 건, 평범해보이는 이 공식들로 풀어나가는 연애심리가 있다는 게 소설의 특별한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