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존 그린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존 그린 장편소설/ 북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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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의 작가 존 그린의 장편소설이다. 전에 읽었던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는 수배중인 아빠를 찾는 10대들의 롤러코스터 같은 이야기였는데 이번 소설은 제목과 표지색부터 느낌이 좀 달랐다. 2006년 작이니 한참 전의 소설인데 존 그린 애독자들이라면 관심있게 찾을 듯 하다.

"유명한 신동 콜린 싱글턴이 고등학교를졸업하고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차인 다음 날 아침..."

 

이렇게 시작되는 첫 문장.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콜린은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차이고 매우 힘든 상태다. 성인도 아닌 청소년도 아닌 딱 애매한 연령대에서 겪는 감정의 질풍노도는 분명 작가가 좋아하는 설정인 듯 하다. 소설을 다 읽고 부록을 보니 실제 '대니얼 비스'라는 수학자 친구 덕분에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아무튼 철없어 보이는 이 청년은 다소 엉뚱해보이는 친구인 하산과 함께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갑작스럽고 아주 대책없어 보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열일곱? 가슴 아픈 이별 후 엄청난 괴로움을 위로받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일이니 나름의 명분있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참 독특하다. 상대의 외모나 성격에 끌리는 게 아니라 '언어적인 부분'에 끌리다니. 바로 'Kaththerine'이란 이름이면 좋아하다니. 그것도 무려 열아홉 명의 캐서린과 사귀었고 그들 모두 한 번의 예외없이 콜린을 차버렸다는 것! 콜린은 세상에는 오직 '차는 사람'과 '차이는 사람' 이 두가지만 존재할 뿐이라고 믿었다. 소설 중간중간 계속 나오는 이런 도표는 콜린의 단순함, 순진함 같은 게 느껴져서 웃기기도 하다. 그런데 이게 쉽게 볼 공식과 패턴이 아니라는 건, 평범해보이는 이 공식들로 풀어나가는 연애심리가 있다는 게 소설의 특별한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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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번이나 차였으면 이별에 덤덤할 만도 한데 열아홉 번째 캐서린과의 이별은 견디기가 힘든 콜린. 열아홉 번째 캐서린을 부르는 이름은 다르게 느꼈다. 그가 오랫동안 집착해 왔던 '이름'이 아닌, 오직 그녀만을 위해 존재하는 단어로 느꼈으니 말이다.

 

사랑해 캐서린.

그녀를 쳐다보며 부르는 이름은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그가 오랫동안 집착해 온 이름이 아닌, 오직 그녀만을 위해 존재하는 단어로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의 파란 눈과 긴 속눈썹에 완벽히 들어맞는 그 단어에서는 기분 좋은 라일락 향기가 풍겼다.

28쪽

 

 

그런데 왜 매번 차였을까. 열아홉 번째 캐서린이 헤어지던 날 콜린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네겐 여자친구가 필요없어, 콜린. 네게 필요한 건 오로지 '널 사랑해'만 만발하는 로봇이야."

그건 마치 그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넌 아주 특별한 아이야' 라는 말을 좋아했던 것과 비슷한거였을까. '영재'와 '캐서린' 사이에서 왠지 모르게 연결고리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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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시작과 이별을 그래프 공식으로 만드는 엉뚱한(?) 아니면 천재적인(^^) 남자 콜린, 그의 괘도 안에 '린지 리 웰스'가 들어온다. 아무리 똑똑한들 연애공식에 꽝이라면... 콜린의 처지가 충분이 공감간다. 그간 열아홉 명의 캐서린과 사귀었던 콜린. 그리고 지금껏 딱 한 명의 '콜린'을 사귀었던 린지. 그리고 다른 캐서린들에 대한 기억소환, 3학년 때 사귀었던 첫번째 캐서린과의 첫 만남과 헤어진 이야기는 애교로 넘겨준다. 친구 하산과 린지와의 만남은 스토리의 재미를 한껏 더해준다.

 

콜린과 하산은 특별한 캐릭터임에는 분명하다. '영재'로 불리며 커왔던 똑똑하고 청년이었지만 연애에 있어서 만큼은 완벽한 바보가(열아홉 번이나 차였다는 점에서) 아닐 수 없는데 콜린은 과연 '사랑의 공식'을 제대로 정리할 수 있을까.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 있었다>와는 또 다른, 잔잔하지만 흥미로운 소설이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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