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정신의 <소설, 향>은 1998년 "소설의 향기, 소설의 본향"이라는 슬로건으로 첫 선을 보인 '소설향'을 리뉴얼해 선보이는 중편 소설 시리즈이다. 이때 '향'은 '향香을 담다, 반향響을 일으키다, 향向하다' 라는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윤이형작 가의 《붕대 감기》도 '향'의 의미를 잘 담아내고 있는 소설이다. 유년시절, 청소년시절에는 책이나 다른 매체들을 통해 '페미니즘'에 대해 거의 접해보질 못했다. 유교적인 가풍의 농촌문화에서 컸지만 남성과 여성의 큰 차별은 다행히(?) 없었던 것 같다. 교육을 똑같이 받을 수 있었고 노동에도 똑같이 참여해야 했으니 여자라고 특별히 더 누린 것도, 더 희생한 것도 없었다. 그러나 무지해서 느끼지 못했던 여성 차별과 여성 혐오, 성폭력의 문제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 있었음을 성인이 된 후에야 알게 되었다. 단지 수면 아래에 있었을 뿐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요즘 뒤늦게서야 나도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책도 읽고 내 생각도 정리해볼 수 있다. 그러나 '페미니즘'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지금도 여전하다.
《붕대 감기》는 페미니즘의 어디쯤이라기 보다는 '여성' 모두를 감싸 안는 소설이었다. 여성이 여성을 이해해 가는 짤막한 단편들이 결국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는 그런 느낌? 내 얘기 같고, 나의 여고동창생 이야기 같고, 나의 직장동료, 선후배, 엄마와 딸의 이야기 같다. '진경'과 '세연' 두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가지 치듯 뻗어져 나가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자유연상 방식으로 펼쳐지다보니 사건 중심이 아니어서 서평으로 쓰기가 정리는 잘 안된다. 다행히 책의 마지막에 심진경 문학평론가의 평을 읽어으면서 좀 시원스레 정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