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소설로 이미 젊은 나이에 유명했던 작가이지만 나와는 친하지 않은 장르라 낯선 이름이었다. 그래서 '아, 이 책 좀 읽기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첫 번째 단편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을 읽었는데, 내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바로 인정했다. 그리고 '천재' 호러 작가라 불리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걸 알았다.
부부가 사는 맨션에 귀신이 나타난다. 겁 많은 남편은 집안 곳곳에서 갑자기 출몰하는 낯선 중년 남자 때문에 회사에 병가를 낼 지경이 된다. 반면 아내 지후유는 놀라지도 않고, 직감적으로, 정보를 수집해서, 추리력을 동원해 왜 중년 남자의 귀신이 자기 집에 또 부부가 가는 다른 장소에 나타나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남편의 감정과 아내의 직관이 상반된 구조처럼 보이지만 결론으로 도달하기까지 협력이 되는 모습 그리고 결국 알아낸 아니, 알게된 살인사건의 전말. 사기 사건에 휘말렸던 중년 남자는 '얼린 대구' 에 맞아서 죽었다. 살해 사건의 실마리를 읽을 때는 분명 엽기적인데(소설 속 남편도 토함) 논리의 발상에 감탄하게 된다.
첫 번째 소설은 두 번째 소설 [머리 없는 닭, 밤을 헤매다]에 비하면 훨씬 덜 엽기적이다. 열두 살 남자 아이 마키오와 같은 나이의 여자 아이 후코가 주인공이다. 마키오는 전학생이었다. 친할머니 집이 있는 산기슭의 큰 집에서 할머니, 아빠와 함께 지낸다. 늘 혼자 지내는 건 마키오 말고도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이모와 사는 후코도 같은 형편이었다. 둘은 그렇게 친해지게 되었고 후코의 가정 형편은 기가막힐 지경. 어린 마키오와 후코는 서로 마음을 이해해 주고 도와주며 어느새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된다.